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이하 방폐장)이라는 국가적인 사업의 경주 유치에 성공한 경주시민들이 한수원 본사 이전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방폐장 유치때 보여 준 지역민들의 의지와 힘이라면 조만간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주시는 양북면을 방폐장 사업예정지로 정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 및 부지특성 조사, 실시계획승인 신청, 건설운영허가 신청 등 인허가 작업을 펼치고 있다. 2008년 말 방폐장이 완공되면 2009년 1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록 경주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방폐장 설립이 확정되었고 또한 안전한 관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이나 농어민에게는 다소간의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지역민의 심리적 불안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뿐만아니라 방폐장 주변 땅, 풀, 시냇물, 젖소의 우유를 채취해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영국 국가보건청에 따르면 "주민들은 실제적이거나 잠재적인 방사선 피폭보다는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 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주민들의 잠재적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시설물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나라의 방폐장 지역에 대한 환경과 농축산물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통해 현재까지 건강위해성을 유발할 정도의 방폐장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일본의 경우, 방폐장이 있는 아오모리현의 토양과 농산물, 바닷물 등에 대한 방사능을 분석한 결과 처리시설로 인한 주민의 피폭은 없었으며 특이한 질병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실제적인 방사선 피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방폐장이라는 존재, 그리고 그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리적인 불안감 해소가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 같다. 이는 조류독감이 이슈가 되고 있을 때 국민들의 축산물 구매동향에서도 그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방폐장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해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일단 발생한다면 처리장 설립 후 경주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가격 폭락과 더불어 전국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견된다. 경주시 인구의 약 25%가 농어업에 종사하며 생산규모 역시 약 6천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 할 때 이러한 심리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방목을 통해 사육되는 가축으로부터 생산된 축산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생체 안전성에 대한 투명하고 과학적인 자료 확보를 통해 주민을 비롯한 전국 소비자에게 경주지역 농·수산물의 인체 안전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
방폐장으로 의한 경주지역 생산 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과 예상되는 판로의 어려움, 가격 폭락에 대한 경주 지역 농어민의 불안감 해소를 사전 예방할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으로 경주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방폐장 설립과 더불어 "경주 농산물의 인체 안전성"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의 농산물이 생체 안전성 실험을 통해 단기 또는 중장기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농산물에 대한 단순히 방사선 피폭 정도만 검사하는 기존 접근방식과는 다르다. 또한 인체에 직접 또는 생물체를 이용하여 "농산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기에 다른 어떤 방법보다 지역적 또는 국민적 불안감 해소에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경주지역의 농산물 생산 및 유통과 관련된 경주시 부서 및 기관 그리고 국가지정 '안전성 검사'를 수행하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관 등이 '경주 농산물의 인체 안전성'을 위한 논의를 통해 방폐장과 관련하여 비록 미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있다. 특히 국가지정 GLP 기관에서 수행된 '안전성 검사'는 모든 OECD 국가가 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안전성으로 인한 무역장벽을 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박영철 교수(대구가톨릭대 바이오안전성센터 독성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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