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군대' 발언과 군 복무 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결국 일을 키웠다. 입대 예정자들 사이에 입대 시기를 놓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병무청 홈페이지에는 복무 기간이 언제부터 단축될지, 자기 입대 시기가 언제인지 문의하는 글이 殺到(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입대 후에 제도 시행이 발표되면 어떻게 되느냐"며 "괜히 입대 시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글도 보인다. 사태가 이쯤 되자 병무청은 어저께 '단축 기간과 시행 시기 등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내용의 전화 응대 지침을 전국 지방병무청에 보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한다.
정부는 복무 기간 단축 방안 연구를 위해 '병역자원 연구기획단'을 극비리에 출범시켰다. 기획단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병무 관계자들조차 모를 정도로 그동안 활동 상황을 철저히 숨겨 왔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傍證(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이를 떠벌려 혼란을 키운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에게 '병역'과 '취업'은 가장 큰 관심거리다. 특히 병역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져야 하는 義務(의무)다. 그런데 '군대에 가더라도 최대한 짧게, 대충 때우면 된다'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지경이면 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그 가족들이 제도 시행 이후로 입영을 미루겠다는데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말대로 군대는 '썩는 곳'인데 몇 개월이라도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 아닌가. 병무청에서는 "복무 단축 발표로 입영을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전례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연 현실이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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