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리뷰)봉산문화회관 연극 '아트+1'

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트+1'(야스미나 레자 작·정세혁 연출)은 16년지기 세 친구의 투정섞인 수다를 통해 '남자들의 우정' 아래 감추어져 있던 시기와 질투,치졸함 등의 감정을 시원하게 파헤치고 있다.

하얀 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져 있는 안트리오의 그림에 거금 1억6천 만원을 투자한 성형외과 의사 성호(조성호). 그림을 본 학원 강사인 친구 성민(허성민)은 성호를 비웃고 극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성민은 자신의 친구가 그렇게 큰 돈을 하얀 색 캔버스를 사는 데 써버렸다며 낙천적이고 줏대없는 친구 윤호(박윤호)를 찾아가 하소연 한다.

문구점 사장인 윤호는 오히려 친구들의 화를 돋우고 세 친구들 사이에 숨겨졌던 감정들은 폭발한다. 세 친구는 끊임없이 서로를 자극하고 생채기를 낸다. 예술관에서 시작된 논쟁은 서툴고 투박한 말싸움으로 변하고 아내를 모욕하고 서로를 질투하면서 체면이나 의리 때문에 감춰왔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트'는 배우가 책임지는 부분이 큰 작품이다. 꽉 짜여진 이야기 구조보다는 세 친구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로 1시간 30분을 끌어가기 때문. 지난 2003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정보석·오달수·권해효·송승환·고명환 등 연기력이 검증된 스타 배우들이 거쳐갔던 이유다.

'아트+1'은 이 같은 기존의 '아트'의 흐름에서 역발상을 시도했다. 이미지가 굳어있는 스타 대신 오디션을 통해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새 얼굴을 등장시킨 것. 여기에 원작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말 속에서만 존재하던 여인들을 무대 위로 끄집어냈다.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다. 극은 좀 더 긴밀해지고 연기는 역동적이다.

특히 1인 4역을 서슴없이 해내는 김지현의 연기는 남성들의 거친 입씨름으로 치닫을 뻔했던 극에 리듬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림 한 점과 조명의 변화 만으로 장면 전환을 이뤄내는 점이나, 네 사람이 한 무대에서 각자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일관된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내년 1월 7일까지 공연된다. 053)422-4224.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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