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을 넘게 지내 온 양력설 문화에서 후손들에게 일찌감치 개화와 신문화를 접하게 하려 했던 조상님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읍니다."
정해년(丁亥年) 새해 아침 시인 조지훈 선생의 생가가 내려다보이는 영양 일월면 주곡리 속칭 주실마을 경로당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양력 설을 쇤 주민들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1927년 이후 계속해온 양력 설 차례 지내기가 80년째 이어진 것.
이날 양력 설을 쇤 주민들은 70여 가구 100여 명. 한때 300여 가구 1천500여 명이 모여 사는 큰 마을이었으나 이농으로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차례를 지낸 주민들은 경로당에 모여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떡과 과일, 술 등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덕담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조세락(85) 씨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새해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았으나 올해는 경기 탓인지 객지에 있는 자녀들이 많이 오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조인영(67) 씨도 "정부에서 신정연휴를 없애고 하루만 휴일로 정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1629년(인조 7년) 호은공 조전(한양 조씨)이 입행해 터를 닦았으며 이후 1894년까지 265년 간 62명의 대소과 급제자를 냈다. 구한말 의병운동과 개화개혁운동, 해외 신학촌 건설 등 독립운동에 뜻을 둔 인물도 숱하게 배출했으며 마을 안에 배영학당, 동진학교 등 노동야학과 여성야학을 세워 민족교육에 앞장서 왔다.
민족시인 청록파 지훈과 그의 형 세림 조동진 시인의 아버지 조헌영 선생은 신간회 중앙회 검사위원을 맡아 활동하면서 1927년부터 양력과세로 마을 설 문화를 개혁해 지금까지 80년째 이어오고 있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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