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고통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줄이야···"
4일 오전 대구시내 한 장례식장. 70대와 20대 남자 두 명이 외로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16층에서 투신, 숨진 이태희(31·여·가명) 씨의 아버지와 남동생. 아버지는 딸의 영정 앞에서 밤새 오열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동생도 넋 나간 사람처럼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갈 거면서 지난 15년간 왜 그토록 고통스러워 했는지···"
이 씨의 동생(29)은 악몽 같았던 지난 15년 세월을 담담한 모습으로 회상했다. "여고시절 당한 체벌이 결국 누나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모든 친구들 앞에서 그렇게 좋아하던 선생님에게 뺨을 맞으며 수모를 당했으니... 힘들어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씨는 고교 2년때인 15년 전, 뺨을 수차례 맞아 얼굴에 멍이 시퍼렇게 든 채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정신분열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다음날부터 학교도 가지 않고 치료를 받으며 집에서만 외롭게 살아왔다는 것. 그 사이 어머니가 지병에다 스트레스성 화병으로 지난 2003년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맞을 만한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뺨을 맞아 정신분열 증세까지 일으키자 아버지는 학교에 가서 항의하고 교사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약간 내성적이긴 해도 아주 평범한 여고생이었는데 얼마나 상처가 컸으면 정신분열증상까지 보였겠습니까."
이후 이 씨는 증상이 점점 심해져 결국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고 최근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해오다 끝내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 일 이후 남이 해코지할 것 같은 불안감에 외출도 못했는데··· 우리 누나, 불쌍한 우리누나···"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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