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지를 찾아서] 천등산 봉정사 유래

봉정사는 신라 화엄사상의 순수성과 형식적 원형을 가진 희귀한 절이다. 봉정사의 창건자는 의상이라는 설과 의상의 제자인 능인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누가 진짜 창건자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의상 대사와 능인 스님이 과연 어떤 사상을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았느냐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봉정사에는 창건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옛날 천등산은 대망산이라 불렸다. 절 뒷산에는 거무스름한 바위가 산정을 누르고 앉아 있었는데 그 바위 밑에 천등굴이라 부르는 굴이 있었다. 능인 대사가 법문에 정진하기 위하여 대망산 바위굴에서 계절이 지나는 것도 잊고 하루에 한끼 생식을 하며 십여 년 넘게 도를 닦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홀연히 아리따운 한 여인이 앞에 나타나 옥을 굴리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미처 능인이 고개를 들기 전에 보드라운 손길이 능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여인은 "낭군의 지고하신 덕을 사모하여 이렇게 찾아왔으니, 낭군과 함께 살아간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며 매달렸다.

능인이 "나는 안일을 원하지 아니하며 오직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공력을 사모할 뿐 세속의 어떤 기쁨도 바라지 않는다."고 했더니 여인이 돌아서는데 구름이 몰려들더니 여인을 사뿐히 들어 하늘로 올리는데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대사는 훌륭하십니다. 저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당신을 시험코자 하였는데, 이제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으니 부디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빕니다."며 하늘로 사라지자 그곳에서 산뜻한 기운이 내려오더니 굴 주변을 환히 비추었다. 그때 하늘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또 울려왔다.

"대사, 아직도 수도를 많이 해야 할 텐데 굴이 너무 어둡습니다. 옥황상제께서 하늘의 등불을 보내드리오니 부디 그 불빛으로 더욱 깊은 도를 닦으시기 바라나이다." 이렇게 능인 대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등으로 수도하였다 하여 그 굴은 '천등굴' 대망산은 '천등산'이라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봉정사 영산암에서는 템플스테이가 가능하다. 단, 한 달에 한 번 가족 단위나 15명 이하의 인원으로 단체 예약을 해야 한다. 고건축물의 품격을 간직한 고찰에서 산사체험을 하는 특별한 즐거움, 바로 봉정사에서 가능하다.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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