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반짝 표적 사정'

腐敗(부패)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사회적인 부패구조가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 외부 자극 없이 깨끗한 사회를 만든다는 건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司正(사정)이 필요하며, 부패가 심한 특정계층이나 분야에 대한 '기획 사정'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같이 사정은 기강 확립을 위한 외부 자극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必要惡(필요악)'일 수도 있다.

○…최근 수원시 공무원들이 시간 외 근무 내역을 虛僞(허위)기재하는 방법으로 333억여 원의 수당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5년 동안이나 수당 도둑질을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不法(불법) 행위가 과연 어제오늘의 일이며, 수원시만의 일일까. 사전에 사정이 '그릇된 일을 다스려 바로잡음'이라고 풀이돼 있듯이, 어느 시대나 그릇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공무원 단속'징계가 새 정부 집권 초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지방보다는 중앙부처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집중 단속'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64년 이후 41년간 적발된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공무원 犯罪(범죄)가 1972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다가 1988년 증가세로 돌아서 1994'1998'2003년에 '건너뛰기'식으로 증가해 왔다.

○…이 사실은 政權(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짝 표적 사정'을 해왔음을 의미한다. 특히 정권 교체 직후 '부패 척결'이라는 구호 아래 이뤄진 사정과 징계는 주로 상위직을 겨냥, 정치적 목적에 의해 좌우돼온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징계는 어떠했는가. 중징계는 미미하고 대부분 낮은 수위의 감봉'견책에 머문 '솜방망이'였다. 1987년부터 2004년까지 賂物罪(뇌물죄)에도 집행유예가 50%를 웃돌았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사정과 조사활동이 소나기 오듯 일제히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 국민들은 일상적인 것이 아닌 정권 초기현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기획 사정을 자제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도 공무원 범죄가 9천373건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표적 사정'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디를 봐도 정치적'政略的(정략적) 목적이 큰 문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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