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조치 판사 '명단 공개' 의 파장

'진실'화해를 위한 過去事(과거사)정리위원회' 전원위원회는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사건 관련 판사들의 실명 공개를 참석위원 전원일치로 결의하고 오늘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이름이 오른 판사는 모두 492명이다.

명단 공개는 法官(법관)의 직무와 양심, 정치적 의도와 역사적 교훈에 관한 복합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재판기록에 의해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는 법관 이름을 '명단 공개'라는 사건으로 변질시키고 사전에 명단을 유출한 것 등은 순수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역사적 죄인은 죄의 輕重(경중)과 관계없이 밝혀지고 평가되는 것은 옳다. 법관은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 그러나 그의 양심은 實定法(실정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실정법에 도전하려면 법관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책임 논란을 확대하려면 '악법도 법'이라는 법언을 부정하는 不動(부동)의 가치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과거사위를 앞세워 불과 수십 년 전 現代史(현대사)까지 과거라는 이름을 붙여 성급하게 판단하고 단죄하려는 것은 오만한 처사다. 더구나 여기에 정치적 흉계까지 깔고 있다면 국민과 역사를 우롱하는 경거망동이 될 것이다.

무릇 역사적 是是非非(시시비비)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시대 정신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가치로 과거를 일도양단식 단죄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라 할지라도 理性(이성)보다는 시대 感覺(감각)이 앞서기 쉽고, 勝者(승자)의 독단적 판단 범주를 넘기 어렵다.

노 정권의 겸손한 국정운영을 기대한다. 또한 법관을 비롯, 각계각층의 주류인사들은 명단 공개가 주는 현실적 교훈을 냉철히 짚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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