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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꾸러미부터 내비게이션까지…설 선물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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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토종닭, 계란꾸러미에서 2007년 내비게이션, DVD플레이어까지.'

명절선물로 '따스한 정'을 전하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우리네 풍속도. 하지만 세월따라 명절선물은 그 모습이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명절선물은 보내는 이의 정성뿐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담은 '자화상'이었다.

"1950년대에는 선물 주고받는 풍경을 보기도 어려웠지만 선물을 하더라도 계란꾸러미, 닭이 고작이었어. 하지만 그 값어치와 정성은 말로 할 수 없지."

칠순을 앞두고도 서문시장에서 40여 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서성문(67) 씨는 "요즘 명절에 이런 선물 했다가는 환영받지 못해. 손자들에게 세뱃돈으로 때울까, 아니면 선물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명절선물을 마련하려는 인파로 백화점과 대형소매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요즘은 당연해 보이지만 이 같은 모습이 명절의 일상으로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은 30여 년 전부터다.

1950, 60년대에는 일부 부유층만 선물을 주고받거나 품목도 농산물이 대부분이었다. 1차산업 위주였던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반영한 것이다. 1960년대 말 설탕 등이 명절선물로 등장했으나 어려웠던 시절이라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명절 선물의 대중화는 1970년대부터였다. 조미료와 커피, 콜라, 식용유, 세숫비누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급격한 산업화를 반영해 대량생산된 생필품이 선물로 등장한 것.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는 고급 한우갈비세트가 선보이기 시작했고 '웰빙'이 화두가 된 최근에는 유기농산물과 건강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계란도 명절선물-1950년대

끼니 때우기에 급급했고 시장에서 달리 살만한 물건도 없던 시절이어서 선물상품으로 만들어진 품목이 딱히 없었다. 그저 집에서 직접 기르거나 재배한 농·축산물이 가장 큰 정성의 표시였다.

해방 직후부터 1950년대까지는 계란꾸러미·고추·찹쌀·토종닭 등 농산품이 선물의 주류였다. 달걀과 생닭·햅쌀·밀가루 등 먹을거리가 선물의 전부였다.

◇'백설탕'납시오-1960년대

선물세트 개념과 선물구입 장소로 백화점이 등장한 때였다. 특히 1960년대 말 종이포대나 비닐에 든 '백설탕'은 최고 인기선물.

30㎏ 들이 포장상품은 상류층 선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식용유, 정종 등도 환영받았다. 3㎏, 5㎏ 포장 설탕은 명절 때만 되면 시장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또 비누와 치약, 조미료, 내복, 아동복 등 생필품도 본격 등장했다. 맥주·라면 등이 선물세트로 나왔다. 서민들에게는 세탁비누가 일반적인 선물이었다. 석유풍로, 다리미, 양복지 등도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커피, 나일론 등장-1970년대

합성수지 그릇, 라디오, 화장품 등을 선물로 주고받기 시작한 때다.

부유층에서는 흑백 TV도 오갔고 커피문화가 확산되면서 '맥스웰 커피'가 고급 선물로 여겨지던 때.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라디오, 양산 등 경공업 제품과 세숫비누, 화장품세트, 스타킹 등 여성관련 상품이 설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고도성장 영향으로 럭키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 생필품에서 기호품 위주로 선물이 바뀌고 스타킹, 빨간내복 등 나일론 제품도 인기였다. 특히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든 과자종합선물세트는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 콜라·환타·오란씨 등 음료도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참치세트 선풍-1980년대

형편이 좀 더 나아지면서 설 인심이 후해졌다. 갈비나 굴비·과일·주류 선물세트가 등장하고 꽁치 등 각종 통조림 세트도 많이 팔렸다.

넥타이·스카프·지갑·벨트·양말세트 등 신변 잡화가 선물로 본격 부상했고 갈비·정육·과실·선어 등 신선식품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80년대는 선물문화가 정착된 때로 인삼, 꿀 등 건강식품과 참치세트가 명절선물로 자리매김한 때다. 지갑, 벨트, 넥타이 등의 남성용 제품과 스카프 등의 여성용 신변잡화용품도 인기품목.

◇상품권·특산물 인기몰이-1990년대

1990년대 들면서 설 선물이 더욱 다양해졌다. 1994년 상품권이 처음 등장했고 영지·꿀·인삼·과일·수삼·홍삼 등 식품류, 커피세트, 도자기 등 중·저가 실속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역특산물이 고급선물로 자리를 잡았다.

IMF 직후에는 조미료·식용유·생활용품 세트 등 1970, 80년대 유행선물이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다. 수입양주와 영광굴비 등 수십만 원대의 명절선물 상품이 등장하면서 선물의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웰빙바람-2000년대

선물에도 '웰빙 바람'이 거세가 반영되고 전자제품이 명절은 물론 입학·졸업선물로 본격 등장했다. 농산물세트, 올리브유, 포도씨유, 아로마제품, 반신욕용품, 전통장류 등 웰빙관련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갈비, 과일 등 식품류와 인·수삼,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도 여전히 명절선물로 많이 팔리고 있다.

특히 사이버머니, 로또 등 이색선물과 MP3를 비롯한 전자·IT제품이 새로운 선물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황우교 대구백화점 영업촉진팀 차장은 "나라 경제사정이나 사회분위기 따라 명절인심도 달라지고 명절선물도 다양하게 변해왔다."고 분석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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