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우리 집엔 삼촌들이 많았거든. 근데 그 삼촌이라는 사람들이 내가 집 나갔다 들어왔을 때 한 놈도 머라카는 사람이 없는기라. 그 때 내 한테 한 놈이라도 머라캐줬으면 지금 내가 안 이카고 있을낀데..." (영화 중 준석이가 가출을 결심한 상택에게 하는 말)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대들의 범죄가 폭력이나 단순절도를 넘어 성인 범죄를 뺨치는 강도, 조직폭력 등으로 날로 흉악해져 가고 있다. 게다가 재범률이 30%대에 이르는 등 한번 범죄에 발을 들이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보다는 교화 중심의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 아이들의 현주소와 대책 등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1)폭력은 기본
(2)관심을 끌고 싶어요
(3)몸도 파는 아이들
(4)이젠 강력범죄까지
(5)대책은 없나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17) 군. 초교 때부터 툭하면 동네 형들에게 맞았다. 이유는 없었다. 김 군은 왜소하고 몸도 약해 대들지도 못했다. 폭력의 희생자였던 김 군은 "자꾸 때리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했어요. 잔심부름은 물론이고 돈까지 빼앗기는 건 예사였어요."
하지만 김 군은 곧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 아이들과 한 무리를 이뤄 가해자가 돼 지난해 11월 경찰에 붙잡혔다. 왜 폭력을 휘두르게 됐느냐는 질문에 김 군은 "맞았으니까 때리는 거다. 때리지 않으면 약한 사람으로 찍혀 괴롭힘을 받게 된다."고 했다. 맞지 않기 위해 가해 부류에 합세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때리고 돈도 빼앗는다. 1천, 2천 원의 푼돈이 목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빼앗는 것이다. 청소년 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폭력이 신체뿐만 아니라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동반한다는 것. 전혀 모르는 아이가 아니라 일면식이라도 있는 또래로부터 폭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경용 대구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위기지원팀장은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경우 불안감, 주의 산만 등의 특성을 보인다."며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공격성으로 나타나고,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폭력의 대상은 또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울 게 없었다'는 한 영화의 문구처럼 떼를 짓게 되면 더욱 과감해진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달 11일 심야시간대에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대로를 폭주하며 순찰대 3대를 파손한 혐의로 10대 폭주족 김모(14) 군 등 2명이 구속되고 10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벽돌을 출동한 순찰차에 던지기도 했다.
청소년 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한 경찰관계자는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또래 사이에서 영웅시되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 재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말할 정도.
한편 청소년 폭력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은 건수는 대구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1천 500건. 하루 평균 4건 꼴이다. 교내 폭력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인 현실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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