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신지수(19) 양은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가지 않는다. 그녀가 자주 찾는 곳은 인터넷 의류 쇼핑몰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부근 의류 매장. 여기에서 1만 원 안팎인 티셔츠와 니트류 등을 주로 산다. 이처럼 비싼 옷 한 벌 대신 유행하는 싼 옷을 여러 벌 사입는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미용 관리를 도와주는 '패스트 화장품'도 덩달아 인기다. 패스트 푸드에 이어 패션과 화장품에도 '패스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싼 맛에 사서 한두 번 입고 버리는 게 특징인 패스트 패션은 10대와 20대 여성들에게 크게 각광받고 있다.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들어가보면 티셔츠 한 벌에 1천 원, 바지 한 벌에 3천 원 하는 초저가 상품을 비롯해 '옷 가격이 과자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대구 시내 상점 및 노점에서도 1만 원대의 의류와 1천 원대의 귀걸이, 목걸이 등 패스트 패션 제품을 파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
패스트 패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신 유행을 쫓아갈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노유진(24·여) 씨는 "유행을 따라 갈 수도 있고 철 지나면 바로바로 바꿔 입을 수 있고 가격도 싸다는 게 패스트 패션의 강점"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젊은 남성들과 주부들도 패스트 패션에 가세하는 추세다. 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않아도 큰 부담이 없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업체로서는 빠른 회전으로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 패션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패스트 패션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게 특징. 다양한 아이템의 옷을 조금만, 그러나 빨리 만들어 빠르게 회전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가격도 기존 옷에 비해 저렴한 편. 여성 티셔츠 한 벌에 몆 천 원, 비싸도 1만∼2만 원짜리가 대부분이다.
가격이 낮은 편이라 할인 행사가 적고 히트상품이라고 대량 생산되는 일도 드물다. 제품 주기가 짧다보니 판매율이 높아도 다시 만드는 것보다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 유행에 민감하다보니 옷의 품질과 상관없이 한 시즌이 지나면 다음 시즌에는 폐기처분되는 경우도 많다.
패스트 패션 시장이 급성장하다보니 국내·외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 ㅈ, 미국 ㅍ 등 해외 유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이 오픈 마켓과 해외구매 대행사이트를 통해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패스트 패션을 표방하며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패션 주기가 짧은 편이기 때문에 국내 패션시장에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뻐지고 싶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는 여성들에게 패스트 화장품도 인기다. ㅇ사의 새치 전용 염색제 경우 염색시간을 30분에서 15분으로 줄였다. ㅂ사의 제모(除毛) 제품은 3분 만에 제모가 가능하며 각질 제거 효과도 있어 털을 제거하면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피부가 된다고 자랑한다. 또 붙였다 떼기만 하면 제모가 되는 간편한 제품까지 나왔다. 15분 만에 각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피부의 빛깔을 나아지게 만드는 젤 타입의 마스크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이래서 '패스트'가 좋다
(패스트패션 마니아 신지수·노유진 씨)
△최신 유행 의류를 싸게 살 수 있다.
△한 벌 값으로 여러벌을 구입, 유행변화에 민감하다.
△인터넷을 이용, 쇼핑발품을 팔지않아도 된다.
◆부작용은 이렇게…
(영국 케임브리지대 보고서)
△패스트 패션='환경의 적' 인식을
△도서대여하듯 옷도 대여하는 방안 찾아야
△실속구매인지, 충동구매인지 따져봐야
■"환경오염의 주범"…비판도 만만찮아
"패스트 푸드가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라면 패스트 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패스트 패션 의류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품질이 낮아 오랜 기간동안 입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동구매를 유발, 구매하고도 몇 번 입지 않거나 혹은 가격표를 떼지도 않은 새 옷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자원낭비와 더불어 옷을 소각 처리할 때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 하는 등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한 보고서는 최근 "패스트 패션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환경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잘 입는가'란 이 보고서는 티셔츠와 스웨터 값이 어떤 경우 샌드위치보다 더 싸게 판매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패스트 푸드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영국 경우 여성복 판매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21% 늘어난 반면 영국인이 한해동안 버리는 옷은 1인당 평균 30㎏에 달했다. 자선 기관 등에 보내지는 옷은 한해 판매된 옷의 8분의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패스트 패션 제품 대부분이 내구연한 이전에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