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고, 분실하고, 깨지고…설 택배 불만 빗발

주부 이모(40·대구 수성구 신매동) 씨는 설을 맞아 대구 수성구 한 대형소매점에서 선물용 배를 주문했다가 낭패를 봤다. 지난 12일 주문했던 배가 연휴 하루 전인 16일 오후 늦게야 가까스로 도착했기 때문. 정성으로 마련한 선물이 자칫 결례가 될 뻔 한 것. 이 씨는 "아무리 늦어도 2, 3일이면 도착한다는 직원의 설명에 안심하고 있다가 설이 지나 도착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며 기다려야 했다."며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전화했다가 택배회사가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서 그러니 기다려달라는 해명에 더욱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김모(26·여·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도 조카에게 줄 장난감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했다가 속만 상했다. 포장된 상자를 뜯자 장난감의 모서리가 부서져 있었던 것. 김 씨는 "얼마나 물건을 험하게 다뤘으면 단단한 플라스틱 모서리가 부서졌겠느냐."며 "택배회사에서 배상을 받긴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박모(32·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설을 맞아 의류를 구입, K택배를 통해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지인에게 보냈다가 택배회사가 선물을 분실하는 바람에 설 기분을 잡쳤다.

설 연휴를 맞아 선물 배송이 폭주하면서 택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며칠씩 늦어지는 것은 물론 파손이나 분실, 불친절한 배송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백화점과 대형소매점 등에는 물건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고, 소비자보호원이나 인터넷 블로그 및 게시판 등에도 택배 직원들의 횡포를 성토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이는 올 설 연휴가 짧은 탓에 단기간 배송량이 30% 가까이 폭증했기 때문. S택배 업체 관계자는 "평소에는 길어야 이틀이면 배달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물량이 몰리다 보니 하루, 이틀 정도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배송 차량이 부족해 손해를 감수하고 콜밴 30대와 택시 50대까지 동원, 총력전을 펼쳤지만 제시간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택배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자 유통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형소매점들은 대구 시내의 경우 직원들을 동원해 직접 배달에 나서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해당 지역의 점포에 연락, 같은 물건을 보내주는 전략까지 쓰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얼마나 많은 물건의 배송이 늦어졌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설이 지나 배송되거나 과일 등 상하기 쉬운 제품의 배달이 늦어질 경우 적절한 배상을 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소비생활센터 관계자는 "분실에 대비, 소비자가 직접 운송장을 꼼꼼하게 기재하고 물건을 받을 때까지 보관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물건을 받으면 현장에서 개봉, 부패나 파손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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