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뜨거워진 배구 코트, 연승의 추억

프로배구판의 열기가 뜨겁다. 최근 수년간 침체를 보였던 프로배구는 남자부의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이 뜨거운 경기를 벌이고 여자부의 미녀군단인 흥국생명이 선두를 질주하면서 배구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21일 여자부 경기에선 도로공사가 용병 레이첼 반미터의 맹활약에 힘입어 흥국생명의 12연승을 저지했다. 11연승 중이던 흥국생명은 마지막 세트, 승부의 고비에서 김연경이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후 무릎을 꿇었다. 치열한 남자부 경기는 특정 팀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고 여자부에선 흥국생명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다른 팀들은 언제든 흥국생명의 발목을 잡을 태세이다. 그러나 배구는 예전에 믿기 힘들 정도의 연승 기록을 작성했었다.

실업배구시절 삼성화재는 김세진과 신진식을 앞세워 겨울리그 7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2001시즌부터 시작된 이 연승 기록은 2004년 말 프로리그가 발족하면서 프로와의 구분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지만 1995년 창단 이후 슈퍼리그 9연패를 이룩한, '10년 천하'를 상징하는 기록이었다.

'90년대의 여자 팀'이었던 LG정유는 전신인 호남정유 시절 포함 92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독사' 김철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LG정유는 스파르타식 강훈련으로 미도파와 현대의 아성을 허문 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슈퍼리그 9연패를 이룩하며 연승 기록을 세웠다. 장윤정, 박수정, 이도희, 홍지연 등이 그 주역들이었다.

김철용 감독은 LG정유에 오기 이전 일신여상 감독으로서 이미 연승 기록의 위업을 쌓았었다. 김 감독은 1982년 일신여상 감독으로 부임, 이전까지 최창권 감독이 이끌며 63연승 중이던 일신여상의 기록을 118연승으로 늘려 놓았다. 임혜숙, 이도희, 이영옥, 김길순,김성민, 심혜련,고승미 등이 연승 기록을 이끌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대신고 배구가 140연승을 기록했다. 나중에 한국 최고의 거포로 성장하는 강만수를 비롯, 조재학,김명수, 이종구, 강길룡,조인재,김원종, 김형실 등이 활약하며 1970년 인창고에 무너질 때까지 무적으로 군림했다.

이처럼 엄청난 연승 기록들을 압도하는 최고의 연승 기록은 1969년부터 1985년까지 국세청-대농-미도파로 이어지는 184연승이다. 당시 이창호 감독은 16년간 팀 명만 바뀌었을 뿐 한 팀을 맡으면서 이인숙, 김영자, 유경화, 윤영례, 이운임,조혜정,박인실,김화복,곽선옥,박미희로 이어지는 스타들과 함께 기념비적인 연승 기록을 만들었다.

이제 배구 코트에서 이러한 연승 기록들을 능가할 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연승을 허용않는 배구는 그만큼 치열해서 재미를 주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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