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15·가명)는 일주일 내내 자장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방학이어서 학교에서의 점심 급식이 없었기 때문. 결식아동인 현수는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3천 원짜리 식권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현수가 식권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자장면이나 라면, 김밥 정도. 이마저도 배달 음식이 대부분이다.
재호(14·가명)는 아예 식권을 받지 않고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굶는다. 식당에서 식권을 내밀기가 너무 싫기 때문. 지정식당의 주인 아줌마는 식권을 내밀면 5천 원 짜리 해물뚝배기도 별말 없이 내주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재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대구 남구청이 최근 지역 내 결식아동과 보호자 2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6%가 식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천 원짜리 식권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장면이나 라면, 김밥 등이 거의 전부라는 것. 이 때문에 아이들은 집에서 시켜먹을 수 있는 중식(52%)과 분식(35%)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낮 시간에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메뉴 조절이 힘들어 영양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식권 사용에 굴욕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적잖았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7%가 식권을 사용할 때 부끄럽다고 답했고, 식권을 받는 아이들 중 60%가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킨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결식 아동 지원 대상자의 수에 비해 실제 식권을 받아가는 아이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구의 경우 올 겨울 무료 급식 대상자인 842명 중 실제 식권을 받아간 아이들은 360명이었다.
이와 관련, 남구청 관계자는 "식권 금액이 3천 원으로 단일화돼 있어 차액이 생기면 장부에 적어놨다가 나중에 정산을 해주지만 아예 먹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급식비를 올리거나 식권 금액을 1천 원, 500원 등으로 세분화해 사용에 도움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올 겨울방학 각 구·군에서 담당하는 중식지원대상 초·중·고생은 1만 3천275명으로 지난해 1만1천 명에 비해 2천여 명이 더 늘어났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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