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자살한 탤런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모든 진행자들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머리 숙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울한 상념들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살한 사람이야 남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딱한 사연이 있었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게 더 문제이다.
구태여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낳고 기른 부모님이나 평소 아끼고 사랑하던 주위 사람들의 가슴에 평생 지우지 못할 못을 박는 업보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게다가 한 사람이 자살을 하면 주위 사람 6명이 자살의 충동을 느끼게 된다고 하니 그 또한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유명인의 경우 훨씬 많은 이들에게 자살충동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괴테가 25세 때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여러 가지로 그 시대에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유부녀 고테와의 사랑과 그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권총자살을 하는 베르테르가 그 작품을 읽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의 길로 이끌었다는 얘기가 있다. 작품을 쓴 괴테는 정작 82세까지 살았지만….
어쨋든 이같은 자살충동 유발의 여파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전 인기 탤런트가 자살을 한 후 하루 0.84명이었던 자살 건이 한달 간에 걸쳐 2.13명으로 늘 만큼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더구나 20~30대의 최다 사망원인이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원인보다 1.5배나 되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어쩌면 정부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난간을 더 높이고, 농약의 농도를 크게 줄이고, 자살방지를 위한 상담시설을 늘이는 노력을 하는 게 수긍이 간다.
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자살기도의 70%가 정신질환과 관계가 있으며, 이중 70%가 우울증 환자이고 이 환자의 15%가 자살을 한다고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도 이제는 우울증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고혈압처럼 약물로 치료하는 질환으로 여겨, 병을 숨기는 일이 없이 적절히 치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은 '끝'이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는 '고통의 시작'이다. 힘들 때는 주위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 놓고, 함께 아픔을 이겨나가는 슬기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자살의 충동을 느낄 때 이 말을 꼭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신이 살기 싫은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에게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내일이었다'.
이무상 M성형외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