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생들이 문화센터 가는 까닭은? "반장선거 때문에"

"저를 반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선생님과 친구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27일 오후 대구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 '초등생 반장선거 대비반'이라는 강좌가 진행중인 교실에서는 6명의 학생들이 차례로 단상에 나와 실습에 한창이었다. 연설문을 줄줄 외우며 미리 준비한 제스처까지 연출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강사는 "오늘은 4주 수업(주 1회씩)을 총정리하는 날이어선지 평소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며 "반 이상은 당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학기 반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반장 강의'가 백화점, 할인점 문화센터, 사설 학원 등에서 앞다퉈 열리고 있다. 봄 방학을 이용한 이들 강좌중에는 초등생 3, 4학년부터 중·고교생 위주의 '전교 학생회장 대비반'까지 있다.

한 웅변 학원장은 "반장 강의는 3년전쯤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왔다."며 "대구 경우 현재 6, 7곳에서 리더십 강좌에 첨가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 1회 또는 1~3일제로 이뤄지는 반장 대비반의 수업 내용은 말 그대로 '반장되기 비법' 전수. 학생들은 출마 동기와 공약 등을 적은 연설문을 작성, 완성한 원고를 외운 뒤 40초에서 1분 동안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실전 연습을 거친다. 호감이 가지 않는 자세나 자신감 없어 보이는 말투, 억양도 교정 받는다.

'마빡이'처럼 이마를 두드리며 연단에 등장, '저는 반장에 출마한 ○○○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친구들을 즐겁게 하는 요령도 있다. 신학기에는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행동이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

전교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학원을 찾는 일부 중·고교생도 있다. 한 반장 선거 대비반 강사는 "반장이 되면 리더십을 기를 수 있고 선생님 눈에 들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특히 고교생 경우는 입시에 유리한 경력이 될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 한 초교 교사는 "초교에서도 선거 부정이나 과열을 막기 위해 불시에 선거를 치를 정도로 신학기마다 선거 열기가 뜨겁다."면서도 "굳이 이런 수업까지 들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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