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과 '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의미다. 특히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두 가지는 전혀 딴판이다.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들면 막막하다. 때문에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김치찌개가 전부인 기자는 보다 생생한 요리 과정을 전달하기 위해 앞치마를 두르기로 했다. 그렇다고 혼자서 하기에는 엄두가 안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문화센터에서 요리강사로 활동 중인 20년 요리 경력의 장경희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4가지 요리 추천을 부탁했다. 기자는 요리하는데 최소한 2, 3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센터 요리실로 찾아갔을 때 이미 재료 준비는 끝난 상태.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두른 뒤 나물 데치기부터 시작했다. 봄나물 특유의 향과 함께 쫄깃한 듯 아삭한 씹는 맛을 살리려면 데치는 작업이 중요하다. 솔직히 기자는 나물을 넣으라면 넣고, 건지라면 건져냈다. 나물 한가지 데치는데 20~30초 걸리는 것 같았다. 쑥국에 넣을 완자를 만들 순서.
데친 쑥과 고기를 다지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팔이 뻐근할 정도로 잘게 다진 뒤 동그스름하게 말아서 밀가루를 입혀야 한다. 데친 쑥에서 물기를 빼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중요하다. 물기를 너무 빼버리면 퍽퍽한 맛이 나고, 물기가 많으면 제대로 뭉쳐지지 않는다. 약간 촉촉한 느낌이 남는 정도가 적당하다. 나물 무치기도 만만하게 볼 작업이 아니다. 과감하게 한손으로 주무르되 너무 억세면 나물이 짓이겨지고, 너무 약하면 양념이 고루 섞이질 않는다. 아무튼 어렵다.
지시에 따라 칼질하고 간을 맞추고, 양념이 범벅이 된 손으로 버무리고 나니 요리 4가지가 뚝딱 만들어졌다. 엄밀히 말해, 직접 만들었다기 보다는 손만 빌려준 느낌이다.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1시간도 채 안걸렸다. 역시 전문가의 솜씨가 다르기는 다르다. 예쁜 접시에 담아 통깨까지 뿌려내니 제법 먹음직한 봄나물 요리 한 상이 차려졌다. 주말에 시장에 들러 봄내음 가득 담긴 나물을 사서 가족들과 함께 요리해 보면 어떨까? 아래 설명된 요리법대로만 따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
◇ 쑥국
쑥 100g, 쇠고기 50g, 대파 1대, 계란 1개, 마늘 1/2 작은술, 맛국물(다시물) 2컵(무, 마른새우), 밀가루 1큰술, 국간장 1작은술, 소금, 된장 1/2큰술, 들깨가루 1큰술, 콩가루 1/2큰술
1. 데쳐서 잘게 다진 쑥과 다진 쇠고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완자를 만든다.
2. 맛국물에 된장을 풀고 끓으면 완자를 밀가루에 굴려 계란 입혀서 넣는다.
3. 어슷 썬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으면 소금으로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들깨가루, 콩가루를 넣고 완성한다.
나물을 데칠 때는 소금이나 소다를 약간 넣는 것이 나물의 푸른색을 살려줄 수 있다. 또 데친 후 곧바로 찬물에 넣으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누렇게 변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나물 음식을 할 때는 한꺼번에 나물을 데쳐놓고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 때는 깨끗한 나물부터 먼저 데쳐내는 것이 요령.
쑥국에는 마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안된다. 경상도 사람들은 마늘 양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늘을 너무 많이 넣으면 쑥의 향기를 지워버릴 수 있으니 조금만 넣어야 한다. 생강을 약간 넣어줘도 좋다. 이 때 생강은 넣지 않은듯 적은 양만을 넣어야 한다.
완자를 만들 때는 다진 쑥과 쇠고기를 한데 잘게 다진 뒤 꾹꾹 치대 마치 떡처럼 쑥과 고기가 한데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된장은 알갱이가 없도록 체로 걸러서 넣어줘야 하며, 끓은 뒤 거품을 건져내 음식이 깔끔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완자에 계란을 묻힌 뒤에도 체로 한번 걸러 계란이 물에 풀어져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해 주면 한결 음식이 정갈해 보인다. 미리 육수를 낸 뒤 국간장으로 밑간을 하고 완자를 넣어 떠오르면 요리가 완성. 조금 싱겁다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준다.
◇ 방풍나물 무침
방풍나물 200g, 고춧가루 2큰술, 설탕 2큰술, 식초 2큰술, 소금 1/2 작은술, 다진마늘 1/2 작은술, 다진생강 조금, 통깨
1. 방풍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2. 그릇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데쳐서 물기 제거한 방풍나물을 넣고 무쳐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방풍나물. '풍을 예방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방풍나물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능이 있고, 중풍 후유증을 치료하거나 임산부의 산후풍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능도 있어 수험생에게도 좋은 음식이라고. 방풍나물은 향이 진하기 때문에 소스의 맛이 강한 것이 좋다. 식초를 넣어 나물을 무칠 때는 새콤한 맛을 더 강조해 주기 위해 생강을 조금 넣어주는 것이 좋다. 초장 만들 때 생강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나물을 무칠 때는 손에 힘을 줘 짓이기지 말고 골고루 흩어줘 양념이 골고루 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풍나물은 제법 큰 재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 도라지, 달래, 마늘대, 북어무침
도라지 50g, 달래 50g, 마늘대 1대, 북어 100g, 고춧가루 1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생강 조금
1. 도라지는 곱게 찢고 달래는 3㎝길이로 먹기 좋게 썬다.
2. 마늘내는 어슷썰고 북어는 물에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분량의 양념장을 만들어 야채를 넣고 무쳐내고 통깨를 뿌려낸다.
북어와 도라지가 맛과 향이 강하기 때문에 초고추장을 통해 강한 양념 맛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북어는 수분이 좀 있는 것이 좋으므로 고춧가루만으로 양념을 하기 보다는 고추장을 통해 물기를 조금 있게 요리를 해 줘야 한다.
◇ 봄나물 비빔밥
참나물 200g, 냉이 200g, 돌나물 100g, 김 1/4장, 날치알 1큰술, 연어 100g, 참기름 1작은술, 다진마늘 1큰술
1. 냉이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된장 1큰술, 국간장 조금, 깨소금 1작은술, 다진마늘 1/2 작은술을 넣고 무친다.
2. 참나물은 데쳐서 물에 헹군 후 국간장 1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마늘 1/2 작은술을 넣고 무친다.
3. 그릇에 돌나물을 충분히 깔아주고 나물 무친 것과 날치알을 얹고 훈제 연어를 얇게 썰어 꽃모양으로 장식에 중간에 넣어준다.
4. 구운 김을 채썰어서 얹고 참기름을 두른 후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돌나물은 생것으로 깨끗하게 씻으면 되지만 익힌 나물은 살짝 양념을 해야 한다. 연어는 보관을 잘 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많은 양을 샀다면 한 번에 먹을 만큼만 토막을 내서 냉동실에 보관해 둬야 한다. 냉동'해동을 반복하게 되면 연어의 제맛을 느낄수 없다. 날치알은 황금색을 썼다. 여러가지 색깔의 날치알은 색을 입힌 것으로 날치알 본래의 색은 황금색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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