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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발견/정순우 지음/현암사 펴냄

한국인의 교육 열기는 단연 세계 으뜸이다. 엄청난 교육열이 자원 빈국 대한민국을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대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보다 못한 것. 차고 넘치는 교육열기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병폐를 낳고 입시 전쟁에 내몰린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공부는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인데 왜 우리 사회는 교육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는가. 저자는 우리 사회가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외면한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공부의 기술과 실리적인 목적만을 이야기할 뿐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저버린지 오래라는 것.

더 늦기 전에 참된 공부가 무엇이며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저자는 조선시대 선비의 공부법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과거의 교육열은 요즘의 맹목적인 교육열과 달랐고 천박한 출세주의에 공부의 정신이 매몰돼 사회가 뜰뜨지도 않았으며 선인들은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물과 삶에 대한 성찰의 도구로 공부를 택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지성사를 풍미했던 화담 서경덕, 퇴계 이황, 남명 조식, 교산 허균, 순암 안정복, 다산 정약용 등 선비 6명의 공부법을 중점적으로 조명했다. 서경덕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학문을 연구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정신의 자유를 위해 멈출 곳에 멈추는 방법이었다. 이황은 하루 24시간을 나눠 매 순간을 공부하며 자연 세계와 인간 세계의 조화를 꿈꾸었다. 이황은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철학담론만을 일삼았다는 오해도 받고 있지만 그의 일기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무엇보다도 일상의 삶을 중요시했고 유혹이 많은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식은 '목이 빳빳한 선비'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지냈지만 세상을 향한 고민을 져버린 적은 없다. 역사 의식과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며 공부가 공허해지지 않는 길은 결국 세상을 품는 마음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허균은 당대 사회에서 '세상과 불화한 자'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과감하게 중세의 관념에 맞서 인간을 감성과 미학적 상상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려 했다.

안정복은 공부를 '여공(女工)의 '공(工)'자와 같고 '부(夫)'자는 농부(農夫)의 '부(夫)'자와 같아 여공이 부지런히 길쌈을 하고 농부가 농사에 힘쓰듯 공부를 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다산 정약용은 이론적인 앎과 실천적인 익힘이 동시에 이뤄져야 참된 앎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산은 성리학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공부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진부하고 어려워 보이는 선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 시대 교육 병폐를 해결할 보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있다. 424쪽, 1만5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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