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인 것 같은데 분명 '선(線)'이 주안이란다. 아크릴 물감이 훑고 지나간 자리나 남겨둔 여백이나 분명히 색이 시선을 끌지만 작가의 관심은 '어디에 선을 긋고, 어디에 길을 만들고, 어느 곳에 공간을 두느냐?'이다.
13일부터 18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7전시실에서 열리는 '김정현의 色卽是空 색으로 시간의 공간을 비우다'전의 전시작품은 분명 서양화다. 아크릴 물감을 브러시를 써서 캔버스 위에 풀어낸,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끄는 그런 일반적인 서양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최대한 맑고 투명하게 풀어낸 물감' 때문만은 아니다. 서양화 전공자라고 하기에는 무지막지하다 싶을 정도로 시원스럽게 남겨둔 여백이 그 까닭이다.
'여백'은 분명 '공간'의 문제인데 김 씨는 이를 '선'의 연장으로 보는 것 같다. "선은 길이며 길은 곧 공간이 된다."고 말한다. 작품 속에 "누드의 선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는 김 씨에게는 아마 자연스러운 접근법이겠다.
김 씨의 작품이 동양의 문인화를 차용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붓 하나로 난을 치고 대나무를 살려내고, 바위며 국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문인화는 분명 '선으로 공간을 창출하는' 것에서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소재도 연꽃이나 박이 많아 문인화의 느낌을 배가한다.
매 개인전마다 색다른 화풍으로, 다양한 재료를 실험했던 김 씨는 이번 전시에서도 지난해부터 새롭게 발견한 재료·기법으로 화려한 '시간의 공간'을 연출한다. 개인적으로 행복함이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나 있어 보는 이들도 즐겁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053)606-6114.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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