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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오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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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슘페터의 표현을 빌리면 혁신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이다. 특히 기업가가 끊임없이 혁신을 이룩함에 따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50년도 훨씬 더 된 슘페터의 이론이 한국사회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아직도 이를 話頭(화두)로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창조적 파괴는 주로 창조적 소수자의 집단에 의해 일어난다. 이것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래서 요즘은 혁신을 기업에서 배우고 있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이를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행정이라는 권력에 억눌려 왔던 한국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혁신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권력과 기업 사이에 미묘한 설전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힘 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龜尾(구미)에서는 CEO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제3공단 삼성전자 부지.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기공식장이었다. 이날 세계육상대회 대구 유치를 위해 아프리카 케냐로 출발해야 할 김범일 대구시장은 오전에 삼성 헬기의 도움을 받아 구미 행사장에 도착, 윤종용 부회장을 만나고 축사를 한 뒤 오찬도 뒤로한 채 황망히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미국 방문 중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행여 축사에 빠질세라 아예 영상 메시지를 남겨 놓고 갔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삼성' 이라는 등식을 강조하며 양자 간 동질성을 부각시켰다. 공단 대로에는 '윤종용 부회장님 감사드립니다'는 플래카드까지 나붙었다. 지역민의 '삼성 사랑'이 이날만큼 폭발적인 적은 없었다.

이제 행정기관의 기업사랑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행정이 배워야 할 점은 기업정신이지 기업이 갖고 있는 물질적 힘이 아니다. 돈이라는 또 다른 '권력'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힘이 있는 대기업은 이렇게 환대하고 불투명한 장래 속에서 창업을 서두르는 미래 기업인에게는 온갖 제약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과연 어떤 것인지, 행정도 이제 창조적 파괴자를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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