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식날이면 조상의 묘를 찾는 행렬들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조상을 향한 지극한 효심과 정성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내심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선산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다듬고 가꾸는 정성이 장례문화의 변화로 점차 납골당·수목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속도가 지배하는 현대생활에서 예절의 간소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예절이 자꾸만 구시대의 낡은 관습으로만 치부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현대는 법치사회(法治社會)이기 때문에 법만 잘 지키면 되는 것이지, 예절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그러나 우리는 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을 일컬을 때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의라는 뜻일 것이다. 법은 예절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을 강제로라도 바로잡으려는 최후의 수단이며 최소한의 도덕률일 뿐이다. 예절은 자신이 스스로 시시비비를 가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상대를 배려하는 것으로,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한다.
반대로 법이 아니라서 강제할 수 없지만 무례한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도 한다. 사회생활이란 혼자 살지 않고 남과 어울려 사는 것이고, 어울린다는 것은 대인관계를 갖는다는 말이다. 원만한 대인관계는 서로가 상대방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든지 아니면 생활방식을 같이하려는 배려에서 시작된다.
여우가 손님인 학을 접대하면서 맛있는 국물을 접시에 담아서 상을 차렸더니, 손님인 학은 부리가 길어 국물을 먹지 못했다는 이솝우화가 있다. 여우가 학의 생활방식을 무시한 데서 생긴 크나큰 실례였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즉 예절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요즘 우리나라로 시집온 외국인 신부들을 위한 예절교육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문화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그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학습이다.
우리 전통예절을 배우려는 그들의 노력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도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명성을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우리 문화의 전통성과 우수성을 배우고 익혀 예의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때, 향기롭고 조화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화순(유빈 차명상 예절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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