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안부 결의' 미국 눈치 보기 바쁜 일본

미국 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일본 총리와 국회의원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대 의회 로비로도 모자라 아베 총리가 어저께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는 소식이고, 한술 더떠 '일본의 장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소속 국회의원들은 결의안 저지를 위해 직접 미국까지 방문한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일본 정치권이 이처럼 결의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미국'유럽 등 서구세계의 비판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국'중국 등 아시아 각국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연행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고노 담화에 쓰인 그대로"와 같은 말장난이나 일삼으며 어물쩍 넘겨왔다. 그런데 부시와의 통화에서 고노담화 계승 입장을 밝히고 사과를 표명했다는 것은 얼마나 아시아를 경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 2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도 똑같은 경우가 있었다. 미 공화당 로라바허 의원이 "일본은 결의안이 요구하는 사과 등 조건을 충족했다"며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자 증언대에 선 이용수 할머니가 "범죄자가 사과를 한다면 피해자에게 해야지, 내가 피해자인데 나는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도 받아본 적이 없다. 사과를 왜 워싱턴의 로라바허 의원에게 하는가?"라고 따졌다고 한다. 얼마나 진실이 왜곡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脫亞入歐(탈아입구)'를 부르짖으며 전쟁으로 아시아에 큰 고통을 안겨준 일본은 언제까지 서구세계의 눈치나 살피며 비위를 맞추는 짓을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직접 사죄하고 보상하는 것만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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