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향숙의 고민 지우개]장래희망 '현모양처'...친구들이 이상하게 봅니다

*고민있어요

고 3 여학생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장래희망을 '현모양처'라고 말해왔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저를 친구들은 의아해합니다. 요즘 세상에 현모양처도 장래희망이 될 수 있느냐고. 결혼하여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싶은 제 바람이 이상한 것일까요? 조언부탁드려요.

*이렇게 해보세요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여고시절입니다. 미래에 현명한 어머니인 동시에 좋은 아내가 되고 싶으시군요. 하지만 님이 바라고 있는 현모양처라는 장래희망에 대한 주위의 평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가 봅니다.

일찍이 서구에서 시작된 생물학적결정론은 남녀는 본성적으로 다르며 그에 맞는 성역할이 있다고 차이의 논리를 펼칩니다. 이는 여성을 사적영역과 모성적존재로 국한시킴으로써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기제로 이용되기도 했지요.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여러직업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거개의 가정들은, 남성이 생계부양을 책임지고, 여성은 자녀양육과 가사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편의 경제활동은 유급노동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부여되지만 대다수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당연한 몫으로 인식되면서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까닭에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는 남편에게 의존하는 종속적인 존재로 전락되고, 가사노동은 가족에 대한 자발적 헌신, 봉사와 사랑의 행위임에도 경제적인 보상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 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고 있지요. 이런 까닭에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모양처의 의미는 고금을 막론하고 그 본뜻에는 큰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현모양처는 가정내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남편을 섬기고 뒷바라지 하는 소극적 역할이 요구 되었다면,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의식 자체도 많이 변한 까닭에 남편의 조력자 혹은 동반자, 가정경제의 CEO로 아마츄어에서 진화된 프로주부로서의 적극적 역할이 아닐까요?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를 아시나요? 그녀는 가사일을 할 때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자신에게 살림살이에 남다른 재능과 창의성이 있음을 깨닫고 그 노하우를 팔아 미국에서 갑부가 된 인물입니다. 살림살이를 비즈니스와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가 바로 프로주부의 표본이라 하겠지요.

또, 단순히 정보수집에만 인터넷을 이용하던 것과는 달리 직접 사이버공간에서 생활속의 노하우를 이용해 살림의 지혜를 제공하며 알짜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활동적인 주부들, 즉 '와이프로거(주부(wife)와 블로거(blogger)의 합성어)'도 '프로주부'의 대열에서 빠질 수가 없지요.

전통적인 가사는 물론이고 합리적인 경제생활로 삶의 질을 높이고 각종 교육이나 재테크 정보 수집과 분석도 요즘 프로주부들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누구나 될 수 있는 주부, 하지만 아무나 되기는 쉽지 않은 '프로주부'가 오늘날의 진정한 현모양처겠지요.

어때요? 현모양처에 대한 개념, 새롭게 규정되었나요? 그럼 이제는 당당하게 외쳐보세요. 내 꿈은 '프로주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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