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초교 교문 앞. 하굣길에 나선 아이들 중 상당수가 어깨 가방 대신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트롤리백'을 끌고 나왔다. 아이들은 가방을 끌며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빠져나갔고, 일부 아이들은 가방 손잡이를 접고 어깨에 올려 멘 뒤 뛰어 가기도 했다. 강민우(9) 군은 "집까지는 걸어서 1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무거운 가방을 메기가 힘들어 엄마를 졸라 바퀴 달린 가방을 샀다."며 "멋이 나고 어깨도 가벼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피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고, 인도블록이나 돌부리에 걸려 가방이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최지혜(10) 양은 "평평한 곳에서는 편하지만 계단이나 인도블록에서는 들어 옮겨야 하고, 갑자기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려면 애를 먹는다."고 했다.
초교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퀴 달린 가방인 '트롤리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가방을 메기 힘든 초교 저학년생들에게 편리해 선호도가 높지만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에 부딪치기 쉽고 바른 보행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
트롤리백은 3년 전부터 초교생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초교생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메는 가방보다 등과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학교에서는 30명 남짓한 한 반 학생들 중 절반 가까이가 바퀴 달린 가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교 2년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김은혜(38·여) 씨는 "어린 아이가 교과서와 미술준비물, 물통, 독서시간용 책 등 어른들에게도 무거울 정도의 책가방을 메고 다녀야 한다."며 "일반 가방보다 3만∼4만 원 정도 더 비싸긴 하지만 아이 건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소영 계명대 동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매일 20~30분 이상 한쪽 팔로만 끌고 다니지만 않는다면 건강에 큰 무리는 없다."며 "오히려 무거운 가방을 메는 것보다 척추 등에 무리를 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쪽 팔로 가방을 끌다 보면 올바른 보행자세를 유지할 수 없고 좁은 골목길에서 돌발 상황에 쉽게 대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바퀴 달린 가방을 아예 허락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대구 수성구 황금초교의 경우 지난 학기부터 트롤리백을 아예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등하굣길에 아이들 가방이 서로 부딪혀 넘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부딪칠 염려가 크다."며 "학생들이 트롤리백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대신에 가방이 무겁지 않도록 준비물과 교과서를 사물함에 보관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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