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방폐장' 후속조치 보다 분명하게

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 입지 결정 뒤처리가 너무 허술하다. 경주 건설이 확정된 후 벌써 1년5개월이나 흘렀는데도 여전히 말썽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워낙 큰 사업이다 보니 애초부터 일부 그럴 소지가 내포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방폐장 입지 선정에만 몰두했을 뿐 차후 마무리에는 소홀한 중앙정부의 태도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뒤처리 성의를 또 한번 의심케 한 최근의 극명한 사례는 중앙정부 지원 규모에 반발해 경주의 민심이 요동친 것이다. 경주시청이 작년 6월30일 지원 요청한 118개 사업 8조8천억 원 중 완전 수용된 것은 6개 사업 3천512억 원뿐이라는 사실이 올 초 알려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시민들은 "관계 장관이 정부의 가용재원 6조2천 억 원을 총동원해 유치 지역을 전력 지원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 와 무슨 말이냐"고 분개했고, 급기야는 방폐장 반납을 거론하는데 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태가 몇 달에 걸쳐 악화되는데도 중앙정부는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다. 경주 지원 문제는 총리가 위원장인 '유치지역지원위원회'가 맡도록 돼 있으나 그 산하의 실무위조차 한번 열리지 않았다. 곪은 종기를 터뜨려 준 것은 엉뚱한 대침이었다. 지역 TV의 관련 특집을 보고 놀랐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이 이슈를 문제삼은 게 그것이었다. 영천 3사관학교와 대구를 방문했던 대통령이 우연히 일정을 바꿔 경주에 하룻밤 묵게 되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만들어지지 못했을 계기라 했다.

이번 갈등은 다행히 그 8일 후 열린 지원실무위에서 경주 지원 규모를 다소 확대하는 것으로 고비를 넘기는가 싶다. 하지만 국가적 大事(대사)이자 현 정권 최대의 치적이라던 방폐장 문제에서마저 이렇게 부실한 뒤처리 태도가 자꾸 노출되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또 다른 갈등들이 유발돼 방폐장 자체가 피곤하고 성가신 사업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지역민들이 규탄대회를 조직하기 전에, 경주시장이 서울의 해당 부처를 찾아다니기 전에, 대통령이 나서서 격에 맞는지도 모를 발언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선도적으로 찾아내고 풀어나가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중앙정부가 회복하는 일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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