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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엄원태 作 '굴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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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들

엄원태

온산유화공단의 저 굴뚝들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病! 굴뚝들, 지상에서 가장 절실한 몸짓으로 외팔을 쳐들었다. 가장 높이 쳐들 수 있는 데까지, 저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해……

굴뚝들, 제 팔을 너무 쳐든 나머지 한쪽 팔만 남았다. 공장들은 저 굴뚝들 때문에 아주 어깨가 삐딱해지거나, 힘을 다해 용쓰느라 핏줄들까지 툭, 툭, 불거져나온 게다.

불꽃을 태우는 굴뚝도 있다. 낮엔 그저 이글거리는 손짓으로만 보였을 굴뚝 끝의 화염. 밤 되어 어두워지자, 붉고 투명한 불꽃의 손바닥은 더욱 선명하고 애처롭게 흔들린다. 춤추는 불꽃의 손가락들은 파랗게 질려 있기도 하다.

나를 봐주세요! 그대여! 제발, 제발, 하면서……

시가 아프다. 굴뚝들이 그리움 때문에 외팔을 쳐든다고? 그래서 성서공단의 굴뚝들이 그렇게나 무뚝뚝하게 외롭게 느껴졌구나. 하늘 꼭대기, 그 끝까지 "저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해" 용을 쓰며 쳐든 팔. 외팔로 버티는 굴뚝도 아프겠지만, 그를 받아주는 하늘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그래서 하늘은 늘 푸른 멍이 들어있는가. 멀쩡한 얼굴로 웃고 떠들다가 돌아오는 골목길은 문득 차갑고 어두운 어둠. 그러므로 캄캄한 밤에 보는 붉고 투명한 불꽃의 손바닥은, 파랗게 질려 춤추는 불꽃의 손가락은 또한 얼마나 선명하고 애처롭게 느껴지는가. 하지만 견디는 삶은 그대뿐만 아니다. 무릇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허무 앞에 평등해질 수밖에 없는 것. 죽음이라는 평등. 허무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며칠 전에는 여름 날씨에 가깝더니 오늘은 갑자기 꽃샘추위. 4월 폭설 소식에 고개를 내밀던 오얏꽃 몇 송이, 새파랗게 입술이 질려있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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