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김병준 전 부총리,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이쯤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학문의 부정직성 때문에 화려한 무대에서 낙마한 분들이지요. 개인의 잘못이었건 과거의 관행이었건 간에 이분들의 학문적 업적에 관해 제기되었던 부정직성 논란은, 지식창조자를 길러내야 하는 현 교육 풍토에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흔히 대구를 교육의 도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래 대구 발전의 특화 분야, 그 중심에 교육을 정치하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을 보면, 대구권의 성장 전략으로 과학기술·문화·교육 혁신도시 건설을 제시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도 대구가 전통적으로 교육과 학문 중심지임을 전제하고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인적자원부연수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 스스로도 영남학맥의 학문적 전통과 역량을 자랑으로 여기며, 현재의 교육 인프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동력화 하여 대구를 초일류 학문 수도로 만들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문 수도 건설! 이 원대한 꿈의 기초공사는 지금 교실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정직한 공부의 윤리부터 철저히 가르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문하는 기본 태도는 정직함이며 지식기반사회의 생존 도구로 여기는 창의력 또한 정직한 공부에서 피어나는 꽃이기에,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분별하여 표현하고 표절을 멀리하는 공부의 규칙이나 양심의 명령을 지키도록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어려운 과제에 부딪치더라도 참고서의 해답을 베끼거나, 인터넷에서 펌질로 남의 생각을 가위질해다 조립하여 자기 생각인양 발표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공부 윤리는 교사의 태도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볼 때, 교사가 학문하는 인간으로서 전범을 보이며 정직하게 가르치고 학생들의 학습활동이나 과제물을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 또한 엄정하게 이뤄져야겠지요. 얼마 전 제자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갔었는데, 몇 차례 술잔이 돌고 분위가가 애매해지자 한 녀석이 일부러 곁에 다가와 술잔에 담아 건네는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이 학교 대표로 무슨 글짓기대회에 나갔었는데 당시 인솔교사였던 내가 약간 손질해 준 글을 그대로 써내어 큰 상을 받았던 사실이 평생 부끄럽고 또 잊혀지지 않는다고, 그때 왜 참견하셔서 자신의 삶에 부정의 멍에를 씌웠느냐고 주정을 하는데 그 순간, 술이 확 깨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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