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구 북구 검단동 유성청구아파트 입구. 아파트 주민들이 인도에 길게 자리 잡은 펜스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에게 나흘 전부터 인부들이 수십 개의 말뚝을 박고 펜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40대의 한 주민은 "말뚝을 박을 때는 아이들 다칠까봐 걱정했는데 펜스를 치고 나니 주차할 곳이 없다."며 "소유권 행사도 좋지만 우리 아파트를 드나드는 유일한 길인데 진·출입로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상가 주인은 "대구시가 행정처리를 똑바로 하지 않아 입주민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와 땅소유주 간의 '신경전' 때문에 1천500가구 6천여 명이 사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유일한 진·출입로가 가로막힐 위기에 놓였다. 17년 전인 1990년, 대구시가 북구 검단동 유성청구아파트의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일부 부지(1천700여 평)를 '도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목(地目)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행사였던 (주)유성모직이 2002년 부도가 나고 그 부지를 (주)우성시엔시에서 경매로 낙찰받아 사들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우성시엔시는 지난 4년 동안 대구시에 "부지를 사들이든지, 지목변경을 통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십 차례 요청했지만 대구시가 "지목이 도로인 것을 알고 샀는데 지목변경할 명분도 없고, 땅을 사들일 사업비도 없다."며 손을 놓아 급기야 소유권 행사를 위해 펜스를 치고 있는 것. 그러나 (주)우성시엔시는 4차로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펜스를 만들지 않고 입주민들에게 '사유지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우성시엔시 측은 "부지가 몇 년째 묶여 재산상 손실을 입고 있으며 대구시에 감정평가금액대로 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거절당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목이 도로이기 때문에 저가에 낙찰받은 땅소유주가 감정가 기준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으며 낙찰 당시 평균가에 일정 물가지수를 반영하면 매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몇 년 전 해결했어야 할 문제를 이렇게 끌고 온 데에는 분명 책임이 있지만 당장 사들일 수가 없고, 허가 당시 정해진 '지목'을 변경할 명분도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 주민만을 위해 진·출입로 부지 부분만 살 수도 없어 업체 측과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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