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현의 말씀 들리는 듯…" 대구 인근 서원 나들이

서원은 조선시대 명현(明賢)을 제사하고 인재를 교육시키기 위한 사설교육기관으로 전국 곳곳에 세워졌다. 향교가 관학이라면 서원은 사학인 셈이다. 풍기의 백운동서원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설립되었고 특히 주자학의 본거지인 경상도지방에 서원이 많이 생겨났다.

대구에도 김굉필 선생을 모신 도동(道東)서원과 녹동(鹿洞)서원이 유명하다. 주말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서원 나들이를 하면서 옛 선현들의 발자취를 좇아가는 것은 어떨까.

▶녹동서원

녹동서원은 특별하다. 달성군 가창면에 자리 잡고 있는 녹동서원은 이름난 선현이 아니라 김충선(金忠善) 장군을 모신 서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서원과 다르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장군 휘하의 우선봉장으로 참전했다가 부산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이 전쟁은 명분이 없는 전쟁이다. 나는 인륜과 예의의 나라 조선의 백성이 되고 싶다."는 강화서를 보내고는 조선군에 귀순했다.

그는 이후 조총제작 기술을 전수하고 경주와 울산전투에 참전, 공을 세워 조정으로부터 김충선이라는 성과 이름을 하사받았다. 김 장군의 후손들은 사성 김해 김씨로 이곳 우록리에 집성촌을 이뤄 살고 있다.

김 장군은 이후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 병자호란 때도 큰 공을 세워 '삼란공신'으로 불렸고 노후에는 이곳 우록리에 낙향, 후학들을 가르치며 살았다.

그래서 1789년(정조 13년) 지방유림들이 뜻을 모아 서원을 창건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됐다가 1885년 재건했고 1971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현재 녹동서원에는 장군을 모신 녹동사(鹿洞祠)와 향양문, 유적비, 신도비 등이 있다.

전쟁에 참여했다가 적국에 귀순한 김 장군의 특별한 이력 때문에 녹동서원은 평소에도 한국인보다는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더 잦다. 휴일인 지난 8일에도 백제의 후손이라는 한 일본인 관광객이 서원을 찾았다. 일본인들은 '한 평화주의자 사야가(沙也可)'로 그를 기억했다.

▶도동서원

도동서원은 조선오현(五賢) 중 으뜸으로 꼽히는 수현(首賢) 김굉필(金宏弼)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서원이다. 1568년 그를 기리는 사우(祠宇)로 지었다가 1605년 서원으로 재건됐다. 1607년 도동서원으로 사액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철거되지 않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강당인 중정당(中正堂)과 사당, 담장은 보물 350호다.

서원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수월루(水月樓)가 이루는 풍경은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도동서원의 도동은 도(道)가 동쪽으로 갔다는 뜻이다.

서원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환주문(煥主門)'을 통해야 한다. 문이 나지막이 나 있어 고개를 한참이나 숙여야 했다. 이는 서원에 들어서기 전에 '선예후학(先禮後學)'의 정신을 먼저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문화해설사가 설명했다. 즉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고개를 숙여 선현과 스승과 선배에 대한 예부터 깨우쳐야 한다는 뜻이다. 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도동서원 입구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400년 이상이 됐다. 사액을 받은 1607년 당시 안동부사로 있던 정구(김굉필 선생의 외증손) 선생이 사액기념으로 식수한 것이다. 도동서원을 찾는 외국인들은 은행나무를 보고서도 탄성을 지른다.

도동서원에 가면 반드시 중정당과 담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정당은 높은 산자락에 세워져 웅대한 기상이 느껴진다. 산지형 서원의 대표적인 형태다. 담장은 자연석을 정렬시킨 지대석 위에 자연막돌을 쌓고 그 위에 암키와를 5단으로 바르게 놓았다. 그 위에 진흙층을 쌓고 1m간격으로 수막새를 엇갈리게 끼워 놓았다. 이 같은 담장 쌓음새 때문에 보물로 지정됐다.

▷녹동서원 가는 길

녹동서원은 달성군 가창면에 있다. 수성구 파동을 지나 팔조령 가는 길로 접어들어 허브힐즈와 스파밸리를 지난다. 청도 쪽으로 가기 위한 팔조령 가기 전인 수점교차로에서 오른쪽에 녹동서원 이정표가 나타난다. 교차로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면 녹동서원에 갈 수 있다. 실개천을 따라 올라가면 사성 김해 김씨들의 집성촌인 우록 1, 2리가 나온다. 산길을 따라 3㎞ 더 올라가면 지장보살을 모신 남지장사가 있다.

▷도동서원 가는 길

도동서원은 달성군 구지면에 있다.

구마고속국도 현풍IC로 빠져나가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계속 가다보면 주유소가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20여 분(자동차) 달리면 도착한다. 인근에 비슬산 자연휴양림과 현풍 곽씨 십이정려각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