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의 위암 진단으로 우리 가족 모두는 허탈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대수술과 식이요법, 음식조절과 등산으로 이제 몸무게도 늘고 집안 분위기도 나아져가 아이들, 아내와 새로 사는 마음으로 삶의 중요성을 깨달아 갈 때, 갑작스럽게 아내가 쓰러졌다.
응급실로 실려 간 아내는 급성 갑상선 암으로 이미 암세포가 임파선과 성대까지 퍼져 서둘러 수술을 해야만 했다. 세 아이와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내는 정작 자신의 건강관리에는 인색했던 것이다.
지금은 수술 후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남겨두고 있다. 식이요법과 약물치료, 항생제 복용으로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 아내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웃는다. 그 모습에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린다. 이젠 내가 아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 등산가서 뜯어 온 달래와 씀바귀를 초고추장에 무치고 들깨와 콩가루를 반반씩 넣어 쑥국을 끓인다. 아내의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 솜씨를 따라갈 순 없지만 어깨 너머 배운 실력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오곡밥을 짓고 영지를 달이고 녹차와 원두커피를 준비하여 수시로 마시게끔 한다. 디저트로 제철과일을 갈아주고 가끔씩은 기왓장을 달구어 된장과 황토팩으로 찜질을 해주면 아내는 발그스름한 얼굴로 연한 미소를 띠며 화답을 해준다. 나는 그 미소에 반해 힘을 낸다.
마지막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당신 좋아하는 밤 산행도 하고 우리 가족 봄 꽃구경도 가자. 여보!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서정수(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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