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우승 그날 향해 슛!" 대구 상원중 여자축구부

전국대회 우승 등 뛰어난 실력…국가대표 여럿 배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오빠처럼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인초교 운동장. 푸른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에서 대구 상원중(교장 김인환)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양팀으로 나뉘어 축구시합을 벌였다. 공을 쫓아 그라운드를 힘껏 달리며 정확한 패스,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이는 10대 초반 여자 선수들의 모습에서 투지와 패기가 엿보였다.

◆"축구가 최고!"

상원중 여자축구부 선수들은 10대 초반의 나이지만 축구 경력이 몇 년씩 되는 '베테랑들'. 일반 성인들에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강현구(39) 축구부 부장의 귀띔이다. 100m를 14초대에 뛰는 빠른 발, 골문을 향해 쏟아지는 폭발적인 슈팅에서 강 부장의 얘기가 거짓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축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박효진(15·3년) 양. 상인초교 4학년 때부터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달리기를 잘해 축구를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공을 차며 땀흘리는 축구가 정말 재미있어요." 최종 수비수로 헤딩이 특기인 박 양은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돼 아시안게임 등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여자축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볼 때면 힘이 빠져요. 또 잘 됐던 플레이가 되지 않거나 슬럼프에 빠질 때엔 속도 상하지요." 박 양이 좋아하는 축구스타는 베컴과 이영표. 성공률이 높은 프리킥을 선보이는 베컴, 수비수로 자기 포지션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영표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다.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신담영(14·2년) 양은 유소년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대구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선수다. 상인초교 2학년 때부터 축구화를 신은 신 양은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제가 경기에서 잘해 우리 팀이 이겼을 때 기분이 최고지요." 청소년과 성인 국가대표 선수가 돼 '어느 대회든' 우승하는 게 앞으로의 포부다. "박지성 오빠를 좋아해요. 체격조건은 좋지 않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가 된 오빠를 닮고 싶어요."

축구부 막내인 김연주(13·1년) 양은 초등학교 여자축구에서 전국대회를 석권한 침산초교를 나왔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제가 주장을 맡았지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언니들과 함께 힘을 합쳐 상원중에서도 전국 대회 우승을 해야지요." 김 양이 좋아하는 축구스타는 국가대표를 맡고 있는 김결실 선수. "스위퍼를 맡고 있는 언니가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어요. 언니처럼 국가대표가 돼 우리나라 여자축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고 싶어요." 볼 컨트롤이 뛰어난 김 양은 장래 축구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다.

◆여자 축구, "미래는 밝다"

2003년에 창단된 상원중 여자축구부는 전국 소년체전 동메달, 전국 종별대회 준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거두며 축구 명문으로 떠올랐다. 2005년 6월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장기 전국 초·중남녀축구대회 여중부에선 정상에 올랐다. 또 중학교 여자축구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하기도 했다.

창단 4년여 만에 놀라운 성적을 거둔 데에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은 물론 학교의 적극적 지원, 학부모들의 성원,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후원이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상원중 여자축구부 선수 19명은 학교수업을 다 마친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연습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재미있게 뛰어놀 나이지만 열심히 볼을 차며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강현구 부장은 "학업과 운동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힘이 들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상원중 여자축구부의 팀 컬러는 선수 모두가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으며, 조직력과 팀플레이가 뛰어나다는 것. 기본기 중심으로 체력훈련, 신체 밸런스 유지 훈련 등에 집중한 결과 전국 최정상권 실력을 갖추게 됐다.

강 부장은 우리나라 여자 축구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 "핸드볼이나 하키 등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세계 최정상을 차지한 것처럼 여성 특유의 끈기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여자 축구도 남자 축구의 월드컵 4강 못지 않은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상원중 여자축구부 선수들 가운데 여자 월드컵 우승 멤버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상원중 여자축구부에는 든든한 후원자들도 많아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인지조기축구회와 달성군 화원의 새벽조기축구회 등의 지원을 받고 있고, 대구 영풍라이온스 김채호 회장, 삼공상사 김덕주 대표, 체육인의 집 김해수 대표 등도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강 부장은 "여자가 축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며 "그러나 여자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밝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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