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실한 경주 수학여행 식단, 인터넷서 떠들썩

초등생 학부모가 올려…조회수 54만건 육박

"우리 아이는 먹성이 좋아서 아무 음식이나 잘 먹습니다. 그런데 식사시간이 고역이었다고 합니다. … 비빔밥이라고 하는데 비벼지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 온 '경주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분들께 고합니다.'라는 글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두 아들 아빠'라는 이름으로 올려진 이 글은 특히 경주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한눈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반향이 크다.(본지 10일자 1·3면 '경주 수학여행 1번지 퇴색' 기사 참조)

'두 아들 아빠'는 "30년 전 고교 2학년 때도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쟁반에 식판을 엎어 버린 기억이 새롭다. 경주는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인가?"라고 적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이가 경주 수학여행에서 찍어 온 사진이라며 한끼 4천500원짜리 식단을 공개했다.

2박 3일 동안 같은 숙소에서 식사를 했고, 배식도 자율이 아닌 '주는 대로 받는' 식이었다며 공개한 사진 속 식단은 김치 한두 조각과 김 몇 장, 콩나물 무침 등이 고작.

그는 "그만큼 해먹었으면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릴 때도 되지 않는가?"라면서 "여행이란 모름지기 먹는 즐거움도 있어야 한다. 즐거움은커녕 괴로움을 주면 안 된다. 수학여행이 아니라 개밥을 먹이는 극기 훈련인가?"라고 질타했다.

또 "이런 잘못된 일이 아직까지도 벌어지고 있어서 기가 막힌다."고 울분을 토해낸 뒤 "고교 때 수학여행 이후 경주에 대한 인식이 무척 좋지 않았다. 이젠 신라까지 싫어진다."고 했다.

지난 12일 올라온 이 글은 17일 오전 현재 조회수 53만 7천에 댓글 2천500여 개가 달릴 정도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댓글의 상당수는 "공개된 식단은 1천500원짜리도 안 된다."며 공감을 표시했고, "경주 수학여행 가서 식단이 너무 부실해 컵라면으로 지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피하자."는 등의 글도 쏟아지고 있다. 일부 경주 시민들이 나서서 "부끄럽다. 하지만 경주에 맛있는 집도 많다." "몇몇 업소들 때문에 경주를 나쁘게 보진 말아달라."고 네티즌들에게 읍소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비난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이에 대해 경주의 한 업주는 "수학여행단에 제공되는 일부 업소의 부실 식단이 언젠가 큰 문제로 대두될 줄 알았다."면서 "이런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 가뜩이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주의 관광 경기는 사실상 끝이다. 늦었지만 시와 시민단체, 업소 대표들이 대대적인 자정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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