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대구시민의 똘똘 뭉친 힘으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유치한 대구시에 대하여 뜨거운 축하를 전하면서 이 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만이 대구시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대회 유치를 계기로 건설, 유통, 관광 분야에서의 투자가 증대되면서 지역경기가 활성화되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게 일어나리라는 대구시민의 기대가 현실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였던 여러 도시가 일순간 지명도가 높아졌지만 이후 마련된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예도 많다. 이제 국제대회 유치를 계기로 대구가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하는 것을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대회를 준비하여야 한다.
필자는 그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고 방문하면서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가운데 경제적인 역동성을 지닌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모습의 도시가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유럽 출장 중에 대구시의 유치소식을 접하고 유럽 도시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었다.
유럽 도시의 특장은 도시가 차량이나 건물 중심이 아닌 인간과 환경 중심이라는 점이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그 중심지가 광장으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활보하고 있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대신에 차량 진입 통제로 생기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유럽도시는 대개 차도 폭과 인도 폭이 거의 비슷하다. 시내거리에서의 차량운행은 불편하지만 사람들이 다니기에 쉽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약국, 호텔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1층에 광고판을 설치하도록 해 광고의 난립을 억제하고 보도에는 광고판 설치를 금지,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였다. 가로수가 보도의 중심에 있어 여름의 푸르름과 가을의 낙엽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청소하기에도 편리하게 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최저 빈곤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국가로 성장하면서 인간적인 도시를 가꾼다는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생활의 여유를 갖고 살펴보지만 도시는 이미 개발되었고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도심의 차량진입을 어떻게 막을 것이며 그 많은 광고판을 어떻게 정비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벽에 부닥치게 된다.
유럽도시도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독일 프라이부르그 시의 경우 차량이 통행하던 중심지 일부를 사람이 거닐 수 있는 광장으로 만들었을 때 상권 위축과 교통 불편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일부 시민의 반대가 만만찮았으나 이제는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면서 장사도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150년 전만 하여도 악취가 진동하고 전염병이 창궐하였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변모시켜 인도가 차도만큼 넓어져 연중 사람으로 넘쳐나고 있다.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 유럽 중심도시도 50년간 도시정비 과정에서 예전의 도시모습을 재현하면서도 광고판과 가로수를 잘 정비해 놓았다. 우리도 당장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도시가 바람직하다고 하여 무작정 따르기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구시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도시의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번 육상선수권 대회를 유치하였던 단합된 힘이 도시의 모양새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단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보다는 도시 중심의 일부분만이라도 시도해 보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도시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시내 중심가 일부 도로의 차량 진입을 제한하여 광장으로 활용하고, 이곳의 광고판부터 1층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해 보자. 가로수를 도로 중심으로 옮기고 태양집열판을 세워 환경의 도시로 만들어보자.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유치를 계기로 대구시를 친인간, 친환경의 도시로 바꾸면 활기찬 도시는 물론 국제적인 지명도도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조윤수 국제화재단 총괄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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