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엉터리 시공과 대구시의 잘못된 행정 때문에 지난 16년간 단지 내 유치원을 운영하지 못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유치원 부지마저 뺏길 처지에 놓였다. 최근 대구 수성구청은 1991년 입주 때부터 유치원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수성구 G아파트 630가구 단지 내 교육시설 부지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했다. 이에 아파트 입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곳 유치원 부지가 근린생활시설로 바뀐 원인은 1991년 G아파트를 준공한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입주 뒤 1년이 지나 180여 평의 유치원 부지를 개인 사업자에 매각·분할한 때문. 당시 주택건설 기준은 개인 사업자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유치원을 짓지 않을 경우를 대비, 주택 준공까지 유치원 설립을 의무화했지만 시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고, 행정기관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한 것. 더욱이 '3년 내 유치원을 짓지 않으면 시유지로 환수조치한다.'는 환매특약을 맺었지만 대구시는 특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유치원 부지가 상업시설과 200m 이내에 위치한 교육 시설 정화구역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3년간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오다 3년 전에야 사업자가 나타났지만 교육청이 상업시설과 너무 가까워 유치원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 건물부터 올린 건축주가 '교육시설을 상가 용도로 바꿔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것.
이런 상황에서 수성구청의 용도 변경은 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구청 도시계획위원회는 택지개발지구 내의 합리적 용도 변경을 위해 정부가 10년마다 의무화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정화구역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치원 부지를 근린생활시설로 바꿔 주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주민들은 "16년간 유치원을 짓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주민들에게 되레 해가 되는 민간 수익시설로 바뀐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주민과의 협의 한 번 없이 건축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린 도시계획위원회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저출산 추세에 따라 유치원 부지로 그대로 놔두기가 어렵다면 일대 주차난을 고려한 공영주차장 등 주민 협의 과정을 거쳐 다른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은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16년 전 첫단추를 잘못 꿴 탓이지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영 주차장 등은 사업비가 많이 들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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