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에게 함포사격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미국의 공식 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포항지역유족회 방일조(68·포항 연일읍) 회장은 "포항 송골해변의 민간인 학살사건이 확인된 만큼 정부의 진상규명과 미국의 공식사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회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1950년 9월 1일 오후 2시쯤 당시 송골해변에는 소낙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소낙비를 피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갑자기 정찰기 1대가 머리 위를 맴돌다 사라졌다. 뒤이어 바닷가 쪽에서 불이 번쩍하면서 귀를 찢는 듯한 함포소리와 함께 온 사방이 불바다로 뒤덮였다.
순간 해변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곳곳에서 시체가 나뒹굴고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11세이던 방 회장은 아버지(당시 46세)의 '마을로 도망가라.'는 외침을 듣고 무작정 달려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남동생(당시 7세)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무자비한 폭격으로 일가족이 몰살되는 등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숨졌다. 당시 피란민들은 미군 군함이 포항 앞바다에 있는 것을 보고 안전하다고 믿고 송골마을로 몰려들었으나 오히려 함포 사격의 희생양이 돼버렸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현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속한 진상규명과 미국의 공식사과, 피해자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유족회 측은 국내 60여 곳의 양민학살사건 대책위 등과 연대해 특별법제정 등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방 회장 자신도 지난 2005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AP 통신은 지난주 미군당국이 한국전쟁 중 방어선에 접근하는 피란민들에게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음을 보여주는 존 무초 당시 주한 미대사의 서한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비밀 해제된 미 해군 문서에 따르면 지난 1950년 9월 1일 미구축함 USS 디헤이븐호가 포항항 인근 해변에 있던 피란민들에게 사격을 가해 여성과 어린이 등 100여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AP 통신은 밝혔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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