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경북척수장애인協 "중증 장애도 우리 스스로 해결"

"첫 목표는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장애인의 필수품인 휠체어 수리센터 운영이지요."

주위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이 중대 결심을 했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스스로 해결하겠다.' '내 손으로 일해서 먹고 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자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

구미시 형곡동 경북척수장애인협회.

150여 회원 대부분이 50대가 넘은 중증 장애인들이다. '도우미'와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한때는 잘나가던 사람들이었다.

겉으론 전혀 장애인 같지 않지만 뇌졸중으로 부인 김수복(54) 씨가 그림자처럼 도와줘야 하는 김광열(52·장천면 상장리) 씨는 트럭을 5대나 갖고 화물운송업을 했던 사장님이었다.

회원 중 가장 젊은 노총각 권택상(35) 씨의 사연은 기구하다. 10년 전 순간의 잘못으로 운전하다가 언덕에서 굴러 부상을 당한 후 장애인이 됐다. 중국 처녀와 결혼을 추진했다가 1주일 만에 신부가 도망가버려 1천500만 원만 날렸다.

이들이 최근 큰 결정을 했다. 정상인들도 삶이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현실이지만 이들은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첫 목표로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껏 점심은 인근 장애인회관에서 2천 원을 주고 사먹었지만 이제는 사무실 한쪽에 식당을 마련해 직접 지어 먹기로 했다. 물론 보조인의 손길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립의 첫 걸음인 셈이다.

'야심찬' 사업 계획도 마련돼 있다. 장애인들의 필수품인 휠체어수리센터 운영계획이다. 굴지의 휠체어 전문회사인 대구의 '대세 엠.케어'에 요청해 휠체어수리 경북영업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김광호(48·1급장애인) 씨와 도우미 등 3명을 선발, 휠체어 수리기술 연수를 보낼 계획도 세워 두었다.

박완용(50) 자립센터장은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전동 휠체어가 필수품이지만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고, 공급받은 사람들조차 고장이 나면 고칠 수가 없어 집안에 처박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이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몸이 성한 사람들도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예비 장애인 아닙니까? 장애인을 도움만 바라는 사람들로 보는데 우리도 일거리만 준다면 얼마든지 자립할 수 있습니다."

최영수(70) 회장은 "장애인들도 사회의 일원인데 최고 불행은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척수장애인들을 세상 속으로 끌어내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기반을 만들어보자고 모두들 열심이다."라고 말했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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