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보름달 학교와 비오의 마법깃털

"상처난 나의 마음은 누가 감싸줄까"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벌어진 최악의 총기참사로 전 세계가 경악에 찬 한 주였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이해와 용서 같은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어른들도 이럴진대 혹시 우리의 아이들이 작으나마 마음 안에 좌절과 화를 안고 살아간다면 그만큼 슬픈 일도 없을 것 같다. 병원 처방처럼 당장의 효과는 없더라도 작은 일깨움이나마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일 테다.

'보름달 학교와 비오의 마법깃털(이기규 글/지식나이테 펴냄)'은 마법과 환상이 등장하는 판타지 동화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말하는 비둘기가 전해주는 초대장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킨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동물들이 사실은 싸움을 일삼는 인간들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건너가 살고 있다는 '보름달 학교'가 무대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행복을 잃어버린 아이, 키가 작아 다른 아이들로부터 이름 대신 '꼬맹이'로 불리는 아이, 아이들은 야단쳐야만 한다는 편견을 가진 선생님, 늘 소심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거친 욕과 행동으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등등.

'보름달…'은 이런 이들의 고민 속으로 들어가 상처난 마음을 감싸안는다. 인권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가 우화의 형식을 빌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비둘기가 전해주는 보름달 학교 초대장은 '진심으로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여행',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안경',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는 여행'을 떠나자고 손짓한다.

늘 꼬맹이라고만 불리는 아이는 잊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보름달 학교의 '이름을 파는 가게'에 간다. 주인인 크리스마스 쥐는 이름을 사려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며 자신만이 가진 소중함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늘 놀림을 당하는 아이는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얼마나 슬프고 아픈지 얘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용서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덕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지만, 그 내용과 결론은 정반대이다. 일상의 힘듦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고 돌아오지만, 일상은 금방 달라지지 않고 여전히 주인공들을 힘들게 한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주변을 이해하고 바꾸려면 나부터 적극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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