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연원동 노악산 자락에 있는 '재원네 자연농원'.
1천여 평의 하우스에는 알로에가 한창 자라고 있고, 100여 평씩의 축사에는 20여 마리의 사슴과 500여 수의 토종닭들이 뛰놀고 있다.
하지만 축사에 가봐도 별다른 냄새가 없다. 가축들에게 배합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벼 도정과정에서 나오는 등겨에다 각종 영양제와 한약제 등을 섞어 만든 친환경 먹이를 주기 때문에 부산물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지 않는 것.
농장에서 나온 부산물은 가축들이 사료로 먹고, 또 오염되지 않은 사료를 먹고 배출한 축분들은 발효퇴비로 농장으로 되돌아가는 형식의 순환 친환경 농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라고는 몰랐던 이기환(61) 씨의 땀과 노력, 고민과 연구가 일궈낸 결과물들이다.
"우리 농장에서 나온 사슴 똥은 땅에게 밥이고 닭똥은 반찬으로 보면 되겠죠."
이 씨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천연칼슘제와 녹즙, 산야초·쑥, 한방영양제 등 각종 친환경 비료로 토양을 살찌우고 있다."고 했다.
이 씨가 손수 만든 각종 액비와 영양제, 친환경 먹이를 담아 발효시키거나 보관하고 있는 항아리와 통들이 농장 곳곳에 즐비한 게 이 씨 말을 뒷받침한다. 어떤 통들은 전기 분해기와 생성기 등 현대화된 기계들로 연결돼 친환경 자재 생산의 과학화를 살필 수 있을 정도다.
이 씨는 "먹이가 다르면 가축들이 튼튼하고 건강해 녹용이나 유정란들도 품질이 좋다."며 "우리 농장에서 나온 축분은 도로가에 쌓아둬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이 농장은 지난 1993년 시작됐다. 처음에는 무농약 시설 포도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대가가 턱없이 작아, 알로에와 고추 등 특작으로 도전했다. 판매망 확보에도 직접 나섰다. 두레생협 등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단체 등을 찾아 농산물의 건강함을 홍보해 나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친환경으로 키운 닭들이 생산해낸 유정란과 사슴은 큰 소득원이 됐다. 유정란은 1개당 250원에 판매됐으며 인터넷에는 500원까지 팔 수 있었다. 게다가 녹증탕과 녹용도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 농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 씨는 앞으로 숙박시설을 지어 도시지역 소비자들을 초청해 자연농법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농장으로 가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농장과 인근 노악산, 주변의 자전거 박물관과 남장사, 남장 곶감마을 등을 연결하는 '자전거 투어로드 및 친환경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작정이다.
이 씨는 "친환경 농업은 결국 사람의 몸에 어떤 먹을거리가 이로운가를 결정짓는 것"이라며 "각종 오염원과 공해에 찌든 우리 몸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건강한 무공해 먹을거리뿐이다."고 강조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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