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윌리엄 왕자(24)는 지구촌의 뉴스 메이커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에다 그의 어머니이자 비련의 주인공인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연민, 거기다 젊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멋진 외모 등 윌리엄 왕자의 매력 파워는 하늘을 찌를 만하다.
왕자가 4년간 교제해온 여자친구와 결별했다는 소식에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찧느라 바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의하면 여자친구인 케이트 미들턴의 어머니가 왕실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격조높은 언어를 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상류층이 사용하는 '화장실(bathroom)'단어 대신 '변소(toilet)'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럽다'식 신종 표현대로라면 '전혀 상류층스럽지 않은' 언어 사용으로 '고귀하고 우아하고 지성적인' 왕실 사람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변소'라는 단어가 미들턴 어머니의 입에서 나와버린 그 순간 좌중 왕실 사람들의 얼굴은 일순간에 '×씹은 표정'이 됐다는 얘기인데…. 예비 왕세자의 자리에서 한순간에 결별 통고를 받은 미들턴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
영국 신문들은 영국 사회의 계층 구분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은 어떤 카펫을 깔고 사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등을 두고 "당신은 어느 계층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민주화 꽃을 피운 영국에서 단어 하나하나까지 시시콜콜 格(격)을 따지는 계급사회가 존재한다니 우습기조차 하다.
그런데 남의 나라 일이라고 비웃을 일만도 아니다. 갈수록 貧富 兩極化(빈부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우리 사회 역시 階層化(계층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탓이다.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살며,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문화생활을 즐기며, 어휘 사용은…? 비슷한 집단 간의 끼리끼리 결혼문화는 이제 신데렐라의 탄생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육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전설이 됐다. 영국의 '변소' 이야기가 단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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