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매화 한 그루를 찾아 나섰다. 십여 년 만에 찾은 상하이는 그야말로 상전이 벽해일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루쉰 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옛 훙커우(虹口) 공원의 매화는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 마음 졸이며 찾아간 루쉰 공원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중국인들이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니 한국인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다. 입장번호 450,831.
丈夫出家 不復還(장부출가 불부환:대장부가 한번 집을 나서면 뜻을 이루기 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하며 서슬 퍼런 기개로 살아온 梅軒(매헌) 윤봉길의 기념관 梅亭(매정)에는 인간 매화가 꼿꼿이 피어있었다. 2003년 12월 개관했는데 그동안 45만 명이나 다녀간 모양이다. 고고한 매화 향기에 취했음일까, 자존심 높은 중국인도 그 기념관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니 매헌의 향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75년 전인 1932년 4월 29일, 날짜는 바로 내일이다.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행사와 상하이사변 전승기념식이 열리는 훙커우 공원은 윤 의사가 던진 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파견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 요인 수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 의거는 대한민국에 열혈 청년이 있음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고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고함이었다.
매헌은 거사 이틀 전 '너희도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의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 깃발을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잔 술을 부어 놓으라'며 두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그의 용솟음치는 애국정신은 김구를 감동시켰다. "거사일 새벽 아침밥을 먹는데 마치 농부가 힘든 일을 나갈 때처럼 태연자약하게 아침밥을 잘 먹었다"고 '백범 일지'는 적고 있다. 최근 공개된 "따뜻한 고향을 버리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압록강을 건넜다"는 그의 출사표가 더욱 가슴을 때린다. 해방 이후 김포공항에 도착한 즉시, 김구는 매헌의 유가족부터 찾는다.
김구가 가장 좋아했던 서산대사의 선시가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4월의 마지막 휴일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눈이 온 들판을 거닐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취가 뒤따라오는 자의 이정표가 되리니).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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