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과 다를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나름대로의 낭만도 있고 축제도 있어요."
그러나 대학분위기는 80년대와 확연하게 달라졌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면 낯설게 느껴질 만하다. 동아리활동보다는 동호회나 영어스터디에 몰리는 학생들이 어떤 대학문화를 만들어 갈까?
점심시간이 조금만 지나자 학생식당이나 휴게실은 금세 스터디장소로 변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시험 때는 시험분위기가 났다. 평소에도 오전 7시면 자리가 없는 도서관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학교앞 PC방도 한산해진다.
봄은 학교에서 먼저 느껴질 정도로 캠퍼스는 만개한 꽃들과 더욱 짧아진 미니스커트들로 화사했다. 송은정(경북대 국문과 3년) 씨는 "시험 때든 아니든 옷은 신경써서 입는 게 좋지 않나요?"라면서 반문하듯 대답한다. 하긴 요즘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강의하는 교수님 앞에서도 거리낌없이 애정표현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일일이 지적하는 교수는 없다. 못 본 체하는 게 편하다.
"술문화, 밥문화도 달라졌어요."
못 마시는 술, 억지로 먹이는 선배는 왕따다. 폭음하는 음주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선·후배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과거와 달라진 현상 중 하나다. 함께 밥을 먹어도 선배랍시고 밥값을 혼자서 부담할 이유가 없어졌다. 각자 먹은 만큼 돈을 내고 함께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끈적끈적한 선·후배 관계는 없다. 학과 선배보다는 동호회 선배와 더 친하다. 인라인스케이트동호회나 영어스터디, 혹은 주식연구회 등의 고수들이 존경받는다.
특히 2년제인 전문대학에서는 나이 많은 후배와 어린 선배 사이의 갈등이 잦다. 송오경(계명문화대 2년) 씨는 "재수, 삼수한 후배와는 말하기가 껄끄럽다."며 "후배들에게 말을 높이기도 어렵다 보니 아예 말을 걸지 않는 경우도 적지않다." 고 말했다. 혼자 노는 문화에 익숙한 대학생들로서는 함께 하는 동아리문화가 낯설다. 그래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에 몰두한다.
군입대 시기도 빨라졌다. 이왕 병역을 마치려면 1학년 때 빨리 갔다와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생회활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송은정(경북대신문 기자) 씨는 "총학생회 활동에 '싸늘한 시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관심"이라면서 "총학입장에서도 사회적 이슈에 몰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학내이슈도 잡지 못해 샌드위치 신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낭만', '학문의 전당' 대학생들에게는 웃기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고시공부 혹은 토플점수를 따기 위해 영어공부에 매달린다. 도서관은 '공시족'(公試族)(고시 등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대학생)이 독차지했고 더 나은 취업기회를 잡기 위해 해외연수에 나선다.
평범한 해외연수는 인기없다. 각 대학마다 다양하게 제공하는 해외교환학생이나 해외인턴십 등 특별한 연수가 각광을 받는다.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해외연수경험이 중요하다.' 학생복지관에서는 해외연수알선기관들의 광고도 넘쳐났다. 경북대가 전국대학에서 처음으로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해외인턴십프로그램에 지난해 160여 명이 참가했다. 올 1학기에 88명, 2학기까지는 2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희(경북대 국제교류원) 씨는 "미국과 일본, 중국, 호주 등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파견, 전공과 관련한 실무교육은 물론 현지 언어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학연수는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 등에서도 수주간~1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연수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대학생들이 꿈꾸지 못했던 사치였다.
학과 단합행사 문화(MT)도 달라졌다. 개학초, MT를 가는 학과도 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다 MT행사에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빙해야 하는 일이 잦다. 함께 노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게임을 이끄는 레크강사가 필요해진 셈이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