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경(58·사진) 전국한우협회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한미 FTA 체결로 백척간두에 선 한우업계의 선봉에 서 있다. 고향인 경주 외동읍 구어리에서 한우 200두를 키우는 목민농장의 대표이기도 한 남 회장은 소 키우는 일은 부인과 농장장에게 맡긴 채 한우업계의 생존을 위해 동서분주하고 있다.
27일 오전에는 뉴질랜드 짐 앤더튼 농림부 장관을 만나 축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고 오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창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전국의 한우농가를 방문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우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설득·호소하는 일도 남 회장의 주요 업무다.
2003년 2월 제2대 전국한우협회장이 됐고 지난해 2월 연임된 남 회장은 한미 FTA 체결 전에는 반대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수차례 연행됐고 체결 이후에는 국회 비준 반대 운동과 더불어 다양한 한우 보호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남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대규모 목장과 축산업체에서 한동안 일했다. 1980년대 수입 생우가 들어오면서 소값 폭락사태가 일어나자 오히려 대규모 한우 목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한우는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남 회장은 2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우인지, 미국산 쇠고기인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면 한우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생산이력제, 송아지 생산안정제 등을 제시했다.
음식점 원산지표시제와 관련, 남 회장은 "국내 쇠고기 전체 공급량 중 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밖에 안 되는데, 이 중 한우를 먹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90%를 넘는다."며 "65%는 한우가 아닌 고기를 먹고 한우를 먹었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우 농가는 20만 호인데 쇠고기를 파는 음식점은 60만 개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부터 90평 이상 대규모 음식점에서 원산지표시제가 시행 중이지만 정부 당국의 처벌 의지가 미약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며 "향후 20~30평대의 음식점까지 확대 실시하고 강한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남 회장이 주장하는 것은 생산이력제다.
생산이력제란 소의 살점을 떼 내 각각의 DNA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소에게 주민등록증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해당 소의 생산, 이동, 도축, 가공, 유통, 판매 등 모든 이력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그는 "생산이력제가 실시되면 더는 수입산을 한우라고 속이지 못한다."며 "쇠고기 소비의 안전성과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단기적인 대책으로 송아지 가격이 떨어질 때 정부가 일정부분 소득을 보전해 주는 '송아지 생산안정제'의 작동 기준을 현행 130만 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국회 비준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는 미국이 한미 FTA를 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쇠고기 시장을 내주면서 자동차, 섬유에서 이득을 보려는 국가를 믿어야 하느냐."며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등은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자국 농업에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협상을 중단시켰다."며 참여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미 FTA의 내용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국내 협상팀들은 미국에서 공부한 반(半)미주의자"라고 공격했다.
소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OIE에 미국이 지원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에 당초 '광우병 있는 나라와는 거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고 난 뒤 OIE는 광우병 검사를 전체 도축소의 1%에서 0.1%로 낮추도록 했고 척수와 뇌를 제거한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한우는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질병에도 매우 강하고 우리 조상들과 수천 년을 함께해 왔다."며 "품질이 뛰어나 중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역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살리고 키우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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