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전국의 운전자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 또는 직장 부근 카센터 앞에서 의아해 했다. 카센터 업주들이 '자동차부품값 폭등세를 주도한 현대모비스를 규탄한다'는 게시물을 내걸고 동맹휴업에 들어갔던 것.
궁금했던 운전자들은 지난 28일 다시 문을 연 동네 카센터 사장에게 물었다. "현대모비스 때문에 부품값이 비싸졌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부품값 너무 비싸다
카센터 업주들은 국내 자동차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AS부품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 매년 부품값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으며 결국 참다못해 가게를 걸어 잠그고 27일 서울로 올라가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의 카센터 업주 A씨는 "현대모비스가 자동차부품 쪽에 거의 독점 형식을 취하고 있어 지난해만 해도 세 차례나 부품 가격을 올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들로부터 AS부품을 싸게 조달한 뒤 자사 상표를 붙이면서 '순정품'이라는 명칭을 부여, 부품값을 급상승시키고 있다는 것.
A씨는 또 "그랜저 XG 에어컨 콘덴서를 예로 들어보면 일반 조달을 통해 부품을 가져오면 8, 9만 원 정도이지만 현대모비스가 유통시키는 순정품은 14만 원이나 하는 등 현대모비스의 '순정품'은 일반 유통되는 부품과 품질차이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30~40%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동차에 대해 잘 몰라 '순정품이 오리지널 부품이고 다른 부품은 싸구려가 아니냐'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남산동의 또 다른 카센터 업주 B씨는 "현대모비스는 경쟁 업체가 없으므로 이 회사가 유통시키는 '순정품' 가격이 매년 급상승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브레이크 라이닝이 2만 원밖에 안 했는데 지금은 왜 5만 원이나 하냐'며 따지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카센터 업주들은 부품값을 올려대면 운전자들의 주머니도 털리고, 카센터 업주들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대기업의 횡포에 모두가 울고 있다고 했다.
◆'순정품' 안 쓰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순정품'을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해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카센터 업주들의 한목소리.
중구 남산동의 카센터 업주 C씨는 "손님 중에 엔진플러그 고장으로 현대자동차서비스 직영 AS공장에 갔다가 '점화계통기기에 순정품이 아닌 부품을 썼다'며 정비를 거부당한 사례까지 있었다."며 "카센터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순정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모비스는 툭하면 부품 소비자가격을 올리지만 자사가 조달하는 부품가격은 올려주기는커녕 오히려 내리려한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와 거래하는 대구경북지역 부품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대구권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매년 부품값을 올리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에겐 거의 반영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매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인하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강동윤 자동차시민연합 실장은 "외국의 경우 일부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부품을 제외하고는 각 부품마다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이에 따라 여러 부품 제작업체들이 부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니 가격폭등 현상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품시장의 70% 이상을 현대모비스가 독점하다 보니 마치 현대모비스가 상품화한 '순정품'이라는 제품이 KS 규격보다 더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며 멋대로 가격을 올려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강 실장은 "법적 제재 조치가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현대 측에서 차부품에 대한 규격을 공개, 여러 부품이 유통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자동차부품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자사에서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단순히 일반품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며 "품질 차이뿐 아니라 AS에 대해서도 확실히 책임지고 있어 그에 대한 대가로 일반품과 가격차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협력업체에도 AS 부품 단가를 일반 부품에 비해 10% 정도 높게 책정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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