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권 "돈 꿔 가세요"…아이디어 백출

대구은행은 봉급생활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인 우대대출 상품'을 이달 내놓으면서 경품까지 내걸었다. 대출을 해간 사람들 가운데 40명을 추첨, 순금으로 된 '황금돼지'를 주기로 한 것.

대출조건도 대폭 완화했다. 거래소 상장법인, 코스닥 상장법인, 금감원 등록법인, 외부회계감사법인에 1년 이상 재직 중으로 연소득이 2천만 원만 넘으면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3천만 원까지 지원한다. 별도 담보나 보증인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간단한 서류제출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영업점장의 금리감면권도 대폭 확대, 거래실적에 따라 최저 6.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줄면서 대출통로가 막히기 시작하자 은행들이 줄어든 가계대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출상품에는 경품이 없었지만 최근엔 대출을 해가는 사람들에게 선물까지 안기고 있는 것.

농협 대구지역본부가 만 25세 이상 55세 미만의 여성들을 상대로 지난달 말부터 팔고 있는 '행복일기 론(loan)'은 무보증 신용대출금액을 확대, 맞벌이 가구는 최고 1억 2천만 원까지 CD+2.05%(최고 0.7% 우대)의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교통재해보장보험에 가입시켜주고 결혼정보회사 선우 가입비를 15% 할인해주는가 하면, 농협 치킨프랜차이즈 또래오래를 사먹으면 1천 원을 깎아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3월 대구·경북지역 예금은행들이 가계를 대상으로 빌려준 돈을 조사한 결과 전달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2월에만 해도 전달에 비해 2천44억 원이나 늘었으나, 3월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되면서 430억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쳐 한 달 만에 증가액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향후에도 '돈을 빌릴'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돈을 굴려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난감하다."며 "돈을 유치해오는 은행원보다, 돈 놓을 곳을 발굴해오는 은행원이 가장 유능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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