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제42회 발명의 날'. 지식정보강국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명 진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고민하기를 싫어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 발명 열기도 예전에 비해 시들해졌다. 고등학교 때 발명에 입문, 30여 년간 '발명 인생'을 살고 있는 한 고교 교사로부터 발명 이야기를 들어봤다.
◆'특허 30여 건'
대구전자공고 이상돈(54) 교사. 혼자 또는 학생들과 함께 30여 건의 특허를 받은 그의 발명 인생은 고등학교 무렵부터 시작됐다. "'스스로 뭔가를 발명해보자.'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가졌어요. 고민을 통해 무엇인가를 성취해낼 수 있는 발명의 매력에 일찍부터 눈을 뜬 것이지요."
고교 시절 이 교사가 발명한 것은 지금은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전원표시장치. 어두운 곳에서도 전원 스위치를 잘 볼 수 있도록 불이 오게 한 전원스위치를 발명했다. "비록 발명에 성공했지만 어릴 때여서 제품으로 실용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었습니다." 나중에 어느 기업에서 같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는 게 이 교사의 얘기다.
경북대 공대 응용화학과를 졸업, 1980년 교직에 입문한 이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발명에 계속 매진했다. 발명반을 결성, 학생들과 함께 발명품을 만들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국 규모 발명대회에서 많은 학생들이 입상했고, 그 결과 실업계 학교에서 매년 1명가량을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냄새잡는 프라이팬, '인기'
최근 이 교사는 학생과 함께 '냄새잡는 프라이팬'을 발명했다. 유기화합물인 냄새를 불로 태워 없앨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 프라이팬에 뚜껑을 달고 냄새가 빠지는 구멍을 불 위에 오도록 만들어 생선 등을 요리할 때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다. 이 프라이팬으로 특허를 낸 이 교사는 지역의 한 기업과 손을 잡고 지난 4월 제품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발명한 것 가운데 상품화한 것은 프라이팬이 처음입니다. 큰 프로젝트의 발명보다는 일상 생활의 작은 불편을 개선한 발명이 제품화하기에 쉬운 것 같아요." 냄새잡는 프라이팬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96년에 대통령 표창을 받은 비디오 카메라의 수평을 유지해주는 장치도 이 교사의 중요 발명품 가운데 하나다. "비디오를 찍을 때 수평이 맞지 않으면 화면이 좋지 않지요. 거기에 착안, 어떻게 하면 수평을 잘 유지하면서 화면을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비디오 카메라 수평유지장치를 발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냄새잡는 프라이팬, 비디오 카메라의 수평유지장치, 잘못 놓여도 벨이 울리는 전화기를 비롯해 학습자료 등 이 교사의 발명품은 매우 다양하다. 대통령은 물론 부총리, 교육부장관, 특허청장, 교육감 표창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메모, '발명의 원천'
이 교사가 발명을 하는 데 가장 원천이 되는 것은 '발명 노트'. 고교 때부터 기록한 노트가 지금까지 5권에 이르고 있다. "머리에 떠오르는 발명에 관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노트에 메모를 합니다. 이것을 토대로 수많은 고민을 거쳐 하나의 발명품이 태어나게 되지요."
발명의 열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데 대해 이 교사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땅도 좁지요. 기술개발이 선진국이 되는 지름길인데 바로 발명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또 "어느날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발명이 아니다."며 "생활 속의 불편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수많은 고민을 통해 발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민하기를 싫어하는 요즘의 세태에 따라 발명 열기가 수그러들어 아쉽다는 게 이 교사의 솔직한 얘기다.
대구에서 '발명왕'으로 꼽히는 이 교사에게 1년에 4, 5명가량은 직접 찾아와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발명을 하다하다 성공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에너지보존의 법칙 등 원리에 맞지 않아 발명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무엇보다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발명을 하는 데 중요합니다."
이 교사는 "제품화하는 데엔 난관이 많아 발명을 통해 돈을 번 사람은 별로 없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앞으로도 발명에 열정을 쏟겠다."고 밝혔다. "주변의 불편한 것을 고쳐보자는 생각을 갖는 게 발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어요. 주위의 사물을 유심히 보고 탐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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