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은 유치위와 영상물 제작을 맡은 아시아채널이 철저하게 계산한 작업의 결과였다. 컨셉은 집행이사들의 시선을 잡는 '감동'이다. 오프닝멘트를 맡은 이지인 씨는 정통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발탁했다. 아프리카 등 상당수 집행이사들이 영국식 영어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시작 영상은 세계육상이 아시아로 발전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특히 한국과 대구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배경음악도 전통음악보다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음악을 골랐다. 정부지원과 대구대회의 인센티브를 발표하는 문화부장관과 대구시장의 스피치는 직접 영어원고를 외워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시켰다.
마지막 장면 역시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채웠다. 아시아채널의 이은택 사장은 "모든 것을 유치위원회와 대구시에서 잘 짰고 제작을 맡은 우리는 그 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적으로는 너무 늦게 맡았지만 한마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유치위의 생각을 100% 담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PT는 고객의 마음을 끌기 위해 상대와 경쟁하는 수단이지만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따낸 인천도 처음에는 PT에 목숨을 걸진 않았다. 유치위의 안인호 팀장은 "4월 총회 이전에도 지역총회 등 여러 차례 PT를 해왔다."면서 "그 때마다 인도의 장단점을 분석했지만 우리 강점을 부각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PT만 내놓았다."고 말했다. 뉴델리 측에서 PT를 거듭할 때마다 인천의 PT를 분석, 비슷한 방식의 PT로 차별화가 무색해졌다. 그러자 인천이 준비한 히든카드는 60% 정도만 사전 PT에 노출하고 마지막 PT에 전력을 쏟는 전략을 구사했다.
인천유치위가 교본처럼 생각한 PT는 런던올림픽 PT였다. 런던올림픽 PT의 컨셉은 매직(magic). 꿈과 희망, 마술같은 게임, 금메달리스트와 유소년을 등장시키고 거기에 총리의 연설, 여왕의 영상 등을 적절히 잘 조화시킨 최고의 PT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유치위 측은 'PT가 얼마만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투표결과 10표 남짓한 부동표가 PT 후 인천 쪽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국제대회든 외자유치든 간에 이 같은 PT성공의 경험들을 국가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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