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단횡단 사고 피해, 法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보험사·법원, 피해자에 책임 더 묻는 분위기로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최근 무단횡단하던 4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운전자 A씨(26)는 달서구 본동 편도 4차로인 구마로의 1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출발하다 횡단보도와 40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무단횡단하던 이 여성을 친 것.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당연히 구속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불구속. 특히 가해 운전자의 경우 보험에 들지도,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않았지만 법원은 대로변에서 무단횡단을 한 피해자의 과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난 피해자에게 온정적이었던 사법기관 등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법원이 무단횡단 사망사고 운전자를 불구속 처리하는가 하면 보험업계도 피해자에 대한 과실 책임 비율을 높이는 등 무단횡단 사고자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 또 경찰도 무단횡단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어 특별대책까지 내놓는 등 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무단횡단으로 숨진 사람은 2004년 58명, 2005년 63명, 지난해 70명 등 해마다 10% 정도씩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 들어선 이달 현재 31명이나 숨졌다. 또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올 들어 보행자 교통법규 위반과 관련해 발부한 전체 스티커 건수 2만여 건 중 무단횡단으로 발부한 스티커가 1만 2천여 건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회사나 법원 등의 경우 무단횡단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묻지만 피해자에 대한 과실책임 비율도 점차 높이고 있는 추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히 육교나 지하도 등이 주변에 있는데도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할 경우 피해자의 책임을 더 묻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무단횡단 사고 상습지역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과속차량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무단횡단 피해자의 70% 이상이 60세 이상인 점을 주목, 노인대학이나 경로당 등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정식 달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은 "무단횡단의 경우 운전자가 미처 예상치 못하는 경우가 많아 큰 피해로 이어지기 일쑤"라며 "특히 무보험 차량이나 대포차량 등에 사고를 당할 경우 제대로 피해보상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에 무단횡단을 절대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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