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절이 깊어지면 대구'경북은 불편해진다. 이 지역 정서와 다른 정치집단과 정치인 등에 의해 자행될 '수구세력' '보수꼴통'이라는 공격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질스럽게 해대는 비판은 장난이 아니다. 기껏 점잖게 둘러 한다는 발언도 "대구'경북은 보수의 본산이고 대구'경북이 달라져야 나라가 산다"는 식이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더 독한 '보수꼴통' 폭탄이 쏟아질 것 같다. 정치구도가 점차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2명이 모두 대구'경북 출신이어서 천재지변이 없는 한 둘 중 한사람이 후보가 될 것이고, 범여권쪽은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설치는 정황들이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 이벤트로 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주의의 부활을 경고하다 결국 '대의 보다 대세'에 따르겠다고 손을 들었다. 결국 이번 대선도 노선 대결로 위장한 지역 대결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대구'경북은 왜 때만 되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욕을 먹으면서도 왜 항변조차 못하는지 생각해 볼때다. 이기고 있는 자가 양보하는 것인가. 대구'경북은 결코 이기고 있지 않다. 이미 지는 데 익숙해져 피폐한 꼴이 되어가고 있다. 빛나는 역사적 업적조차 상대적 저평가로 빛이 바래고 있다.
깜깜한 일제 암흑기에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으로 민족 해방의 방법론을 용감하게 제시하고 몸소 실행했다. 6'25전쟁에서 수많은 피란민들의 참상을 보살피며 자유민주체제를 지켜낸 마지막 보루가 대구였다. 4'19 민주혁명을 촉발한 2'28이 대구였고, 6'3사태의 주역들도 대구사람들이었다. 또한 요즘처럼 찧고 까불어도 한동안은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한 안보의 토대를 구축하고 탄탄한 경제부국의 기틀을 다지는데 있어서도 대구'경북은 선봉에 섰다.
대구'경북은 이처럼 당시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과 대담한 행동으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공헌했다. 요즘의 기회주의적 진보세력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역사적 진보를 앞장서 이뤄낸 지역이다. 그것이 '보수꼴통'의 힘이라면 보수꼴통은 찬양되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공격세력들은 그런 것들을 간단히 우회한다. '그때는 잘했는데 요즘 와서 왜 그 모양이냐'는 공격을 한다. 이 정도로 비아냥거릴 거라면 깨놓고 얘기하는 것이 정직하다. 왜 노무현을 찍지 않았느냐, 왜 김대중을 지지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투표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 권리다. 투표 결과를 두고 욕을 먹어야 한다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대구'경북 유권자중엔 김대중'노무현을 찍은 사람도 상당수 있다. 국회의원 싹쓸이했다고 하지만 반대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10년은 중요했다. 불황에 주춤거리는 일본을 추월하고, 무섭게 약진하는 중국을 멀리 따돌려야 했던 10년이었다. 제대로 부응했는가. 국부는 몇 안 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수출로 간신히 채우고, 안보는 북한 핵에 목 매달린 현실이다.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 큰소리치고 이를 반대한 사람들을 매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욕을 얻어 먹어가며 뽑아 놓은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기에 대해 도무지 말이 없다. 진보로 위장한 좌파'기회주의자들에 맞서 누군가가 나라를 보수해야 하는 시대에 대구'경북이 앞장서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가는 없고 수모만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보수의 가치조차 말하지 않는다. 주민에 대한 배반이다.
대구'경북에 대한 '보수꼴통'공격은 '지역감정 조장의 원산지'로 공격했다가 자가당착에 빠지자 만들어낸 또 다른 정치적 책략이다. 하지만 그 파괴력과 후유증은 간단하지 않다. 가볍게 넘기는 사이 대구'경북은 꼴통지역으로 굳어지고 외국에까지 알려질 것이다.
장차 대구'경북 출신 아이들이 수도권, 군대 등지에서 팔도 아이들로부터 왕따당하는 현실이 도래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 피해와 폐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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