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상인동 아파트촌에 위치한 월서초교. 최근 학교 체육대회를 했지만 경기 종목에 100m 달리기나 400m계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운동장이 너무 좁아 직선으로 트랙을 그을 경우 60~70m가 고작이기 때문. 학생들은 결국 '미니 달리기'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만으로도 운동장이 넘치다보니 학부모들은 교실에서 경기를 관전해야 했을 정도. 학교 측은 "운동장이 너무 작아 많은 학교들이 100m 달리기는 엄두도 못 낸다."며 "신설 학교는 물론, 10년 이내 지어진 학교 대부분이 이런 형편"이라고 말했다.
비좁은 학교 운동장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체육 수업은 일반 교과와 달리 적정한 활동공간이 꼭 필요하지만, 운동장이 좁아 정상적인 수업 진행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월서초교 경우 대구에서 운동장이 가장 좁은 학교에 속한다. 3월 기준 월서초교 학생(1천470명) 1인당 운동장 면적은 3.1㎡으로 1평이 채 안 된다. 대구에서 가장 넓은 운동장을 가진 학교 중 하나인 인지초교(1인당 5.8㎡)와 비교하면 학생 수는 비슷하지만 운동장 규모는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월서초교는 주변 아파트에 입주자가 늘어 최근 1천700여 명으로 학생 수가 불어나면서 운동장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월서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412개 초·중·고교에서 100m 직선 달리기가 가능한 곳은 145개교(35.2%), 200m 트랙이 가능한 곳은 142개교(34.5%)다. 특히 초교 경우 전체 205개교 중 150개교가 100m 직선 달리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장이 좁지만, 운동장을 보완할 수 있는 체육관을 갖춘 학교는 73곳에 그치고 있다.
학생 1인당 면적이 3.2㎡인 운암초교 관계자는 "체육대회 때는 곡선으로 트랙을 그어 100m를 만들고, 학교 옆 공원을 체육 활동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며 "2, 3개 반이 동시에 체육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들이 종목을 의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역시 체육관이 없다. 체육 담당 교사들은 열악한 운동장 사정이 이론 수업의 확대 편성을 부르고, 이는 곧 부실한 체육 수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운동장에서 마음껏 공을 차고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며 놀기가 힘들다는 것도 문제.
박연준(체육고) 대구 체육교과연구회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운동장 확충이나 체육관 건립을 적극 지원토록 학교체육시설 기본법이 개정돼야 하고, 전일제 수업을 통해 인근 체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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