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양균 作 '일어서는 빛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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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있는

허리

비개인 아침

새나들이 가는

수줍은

손가락의

옥가락지 허리

고개를 맞대인

母子의 어깨너머

흐르는 아침햇살

옥가락지

허리만큼이나

수줍은

비개인 산허리.

'허리'란 말은 뭔가 에로틱하다. 동짓달 기나긴 밤의 '허리'를 주목한 황진이도 그렇거니와 하고많은 가수 중에 이효리가 유독 사랑을 받는 까닭도 허리가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는 그런 에로틱한 허리만 있는 게 아니라서, 비개인 아침 안개구름 감기는 산허리처럼 청신한 느낌의 허리도 있다.

녹음 짙은 산허리에 감긴 안개구름은, 물빛 세모시 입고 새나들이 나온 새댁 손가락의 옥가락지를 닮았구나. 그런데 손가락이 수줍다니? 아마 이 새댁은 친정엘 다니러 가는 모양이다. 괜히 부끄러워서, 아기가 괜히 부끄러워서, 친정 오라비 아버지 뵙기가 괜히 부끄러워서. 그래서 비개인 산허리조차 수줍게 느껴질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ㅅ'음이 곳곳에 수줍게 박혀 자꾸만 둥글어지는 '옥가락지 허리', 그리고 그것을 힘차게 꿰뚫어내는 '산허리'.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여보았더니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안개구름 끼다: (속) 성교하다.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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